빈지노는 흥미로운 인물이다. 최근 몇년간 그를 주목해왔다. 이유는 대략 이렇다. 1)랩을 잘한다. 한국말 랩의 플로를 새로운 수준으로 올려놓았다. 2)자신의 아트 크루(IAB)가 있다. 청각과 시각을 늘 결합하려고 시도한다. 3)래퍼로서 그간 당연시되던 ‘타협’을 하지 않고도 큰 성공을 이루어낸 ‘아이콘’이다. 하지만 이 글에서 말하려는 것은 그의 음악에서 발견할 수 있는 어떤 ‘태도’다. 먼저 <Always Awake>에서 그는 꿈을 위해 항상 깨어있는 세상의 모든 젊은이에게 악수를 건넨다. “우리는 늘 젊고, 꿈꾸고, 깨어 있어야 해!” 한편 그의 다른 노래 <Dali, Van, Picasso>는 자신의 예술가적 영감과 열정을 세 위대한 화가(살바도르 달리, 반 고흐, 피카소)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빈지노는 “절대 훔칠 수 없는 내 아이덴티티/ 예술가들은 이게 뭔지 알겠지”, “아마도 내가 그렇듯 예술에 미친 애들은/ 느끼고 있겠지 칼에 찔린 듯이” 같은 가사를 뱉다가 노래의 마지막에 이르러 결국 내가 나인지 세 화가가 나인지 모를 절정의 상태에 다다른다. 누군가는 이 노래들을 가리켜 치기 어리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젊은 예술가의 돌직구는 묘한 쾌감으로 다가온다. 모두가 자신의 진심과 열정을 적당히 숨기고 한발 걸친 채 쿨한 현실주의자 코스프레를 하는 시대다. ‘예술가로서의 포부’나 ‘몽상의 습관’ 따위는 ‘철든 어른의 준엄한 꾸짖음’에 의해 당연히 단죄당하는 시대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한복판에서 빈지노는 “나는 늘 깨어 있을 것”이며 “나는 예술에 미친 놈”이라는 (오그라드는) 말을 서슴지 않고 외친다. 그런데 이게 짜릿하고 멋있다. 무엇보다 ‘옳다’. 빈지노가 대체할 수 없는 존재로 성장하게 된 원동력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