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글로 설명한다는 건 애초부터 불완전한 기획이라는 말을 일정 부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소설은, 문학은 설명이건 해명이건 같은 도구로 할 수 있지만 영화의 경우 하나의 장면이건, 그 장면들이 붙여져 발생하는 효과건 남들에게 설명하고 이해시키자면 영화적 요소들을 다시 문학적 언어로 치환하는 중간단계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이런 매체간 번역작업에서 오해와 누수현상이 일어나는 것도 피할 수 없다.
신기술과 신기계에 적응속도가 늦은 나는 처음으로 DVD의 내용물을 브라운관에 띄워서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시작부터 끝까지 영화의 본편을 보여주며, 감독과 평론가가 저 장면은 어떻게 찍었고, 구도는 왜 저렇게 잡았고, 왜 저런 배경음을 어떻게 사용했고, 끊임없이 해설을 하고 있었다. 출근한 뒤 동료들과 충격과 흥분을 공유하고자 했으나 무참하게 실패했다. 늦된 사람은 나 혼자였던 것이다. 코멘터리는 보통 그런 식으로 한다고 친절하게 설명해준 동료들의 아량에 감사드린다.
자, 영화에 관한 지식의 대중화, 정보자유화가 보장되는 시대가 되었다. 영화의 신비가 사라져버리는 것 아니냐는 기우는 문자 그대로 기우로 끝날 것이다. 지식은 영화보는 재미를 배가시켜줄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즐겁다는 구호가 영화에서만 효력을 잃을 리 없다. 대중비평의 양식도 더 풍부해질 것이다. 관람석에 머물지 않겠다는 이들에게 새 매체는 새로운 교과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가능성들은 상승작용을 일으켜, 새 매체의 생존과 번성을 보장하기에 이르렀다.
이상이, 특집으로 DVD 서플먼트의 다양한 세계를 소개하는 이유다. 여러 사람이 여러 낮밤을 DVD가 풀어내는 화면 앞에 바친 다음, 오는 질문이 있다. 그래서, 그 다음은 활자로 글을 쓰는 당신들의 역할은 상투적이라고 탓하시겠지만, 자본이, 또는 창작주체가 제공하는 정보와 주장은 영화를 입체적으로, 가치평가를 개입시켜 말하자면 올바르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필요한 주석이다. 영화가 자기식의 주석집을 얻었다. 해석과 비평의 다음 단계는 불완전하다지만, 아직도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