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의 마음이란 뭘까. 살면서 연예인을 좋아해보지 않은 건 아니지만 순수한 마음이 적극적 행동으로 이어진 적은 한번도 없었다. 언제나 혼자만의 애정을 조용히 간직하는 것에 만족하는 고독하고 내성적인 팬이었달까. 성향도 성향이지만 나 때는… 그러니까 인터넷도 휴대폰도 없던 그 시절엔, 기껏해야 TV와 라디오와 잡지로 좋아하는 연예인을 만나는 게 전부였다. 살면서 최초로 좋아한 연예인은 이승환이다. 라디오에서 그의 재담과 노래를 듣고 반해 그가 출연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실시간으로 챙겨들었다. 인터뷰와 사진이 실린 잡지를 사서 보는 것도 즐거움이었다. 그러곤 밤마다 일기장에 다양한 종류의 고백과 다짐을 써내려갔다. “승환 오빠, 나중에 어른이 되면 저도 음악을 할 거예요. 제가 작곡한 곡을 꼭 불러주세요.” 1990년대 초등학생 팬의 마음은 그런 거였다. 유치하고 귀엽고 순수한 마음. 그러면서도 한없이 진지한 마음. 그것이 결국 팬의 마음이겠지.
무언가를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공유하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팬덤 문화를 성장시켰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주 ‘팬덤 플랫폼’ 특집 기사에선 스타와 팬을 직접 연결해주는 팬덤 플랫폼의 등장을 통해 최근의 팬덤 산업이 어떻게 진화했으며 어떤 가능성을 품고 있는지 살펴봤다. 임수연 기자가 기사에 썼듯 “팬덤 플랫폼은 K콘텐츠의 신한류 열풍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확장성을 기반으로 엔터테인먼트와 IT 분야에서 모두 신성장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제 K팝 팬들은 위버스와 버블과 같은 팬덤 플랫폼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와 소통하고 비슷한 취향을 가진 팬들과 즐거움을 나눈다. 영화만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K팝 마니아인 이우빈 기자는 <씨네21>에서 나만큼이나 덕질에 조예가 없어 보이는 조현나 기자에게 팬덤 플랫폼을 즐기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내가 이 사람과 조금 더 친밀해졌다는 감정, 바깥 사람들은 못 보는 내 연예인의 모습을 독과점한다는 기분이 좋은 거지. 그리고 아티스트의 사적인 취향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해.”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기본적으로 팬 기반 산업이다. 음악, 영화, 드라마, 뮤지컬, 스포츠 모두 충성심 강한 팬들을 유인하고 유입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과거엔 스타들이 어느 정도의 신비감을 두른 존재였지만 이제는 스타와 팬들이 보다 가깝게 소통하는 시대가 됐다. “팬 경험의 혁신”을 얘기하는 팬덤 플랫폼들이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지 궁금해진다. 충성스러운 독자들과 함께 커온 <씨네21> 역시 앞으로 독자 경험의 혁신을 통해… 기자들의 스페셜 굿즈와… 기자들의 포토카드와… 기자들의 일상과… 음, 이런 걸 수요 없는 공급이라 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