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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으로 파닥이는, 신의 작은 새, 할리 조엘 오스먼트

“마미(Mommy)… 당신은 나의 마미….” 창백한 얼굴, 간절함에 빛나는 슬프고 푸른 눈동자, 세상의 걱정, 근심을 모두 떠안은 듯한 미간을 타고 내려온 작은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그 여리고 낮은 음성, “마미… 마미… 마미…”.

할리 조엘 오스먼트, 그는 소리내어 웃지 않는다. 마치 웃음소리와 함께 지금의 행복이 달아나기라도 할 듯, 그저 슬픈 눈망울로 씩 미소를 지을 뿐이다. 장난감을 망가뜨리지도, 음식투정을 하지도 않는 착한 소년. 그러나 세상은 이 소년을 끊임없이 시험한다. 환희로 가득 찬 마법의 세상을 보여주던 엄마를 죽게 하고 퉁명스런 흑인이모와 살아가라고(<보거스>), 죽은 사람들이 눈에 보이는 슬프고 고된 운명을 이겨내라고(<식스 센스>), 돌멩이만한 주먹과 자전거 한대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보라고(<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그리고 이번엔 로봇 소년의 몸으로 태어나게 한 뒤 ‘진짜 소년’이 되기 위한 2천년이 넘는 긴 여행을 떠나라 한다(<A.I.>). 그는 앙증맞은 몸짓과 미소로 우리를 반기는 셜리 템플 같은 인형이나 페인트통을 어른들의 머리 위로 쏟아붓는 매컬리 컬킨 같은 악동이 아니다. 아역배우라는 모집합에서는 그 교집합을 찾기 어려운 조숙하고 예민하고 상처받기 쉬운 영혼. ‘엄마, 눈물, 불안, 여행, 푸른 눈, 마법, 그리고 할리….’ 만약 신이 할리 조엘 오스먼트를 세상에 보내기 전에 7가지 패스워드를 입력했다면 아마 이런 단어들이 아니었을까?

그가 영화에 첫발을 들여놓은 것은 여느 아역들과 다름없이 쇼 비즈니스계에 속한 부모 때문이었다. 배우인 아버지 유진 오스먼트를 따라 할리는 4살 되던 해, ‘피자헛’ 광고에 출연했고 이를 계기로 <포레스트 검프>의 마지막 시퀀스에 등장하는 검프의 아들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어느날 할리는 스케치북 한편에서 큰 코에 동그란 눈, 발목을 덮는 긴 프렌치 코트를 입은 거인 친구 <보거스>를 만났다.

“보거스는 ‘진짜’예요”, “아니, 보거스란 말은 ‘가짜’라는 뜻이야”, “선생님이 틀렸어요, 보거스는 ‘진짜’예요”.(<보거스>)

“엄마와 헨리를 사랑해요. 햇살이 빛나요. 나랑 마틴은 엄마의 ‘진짜’ 아들이고 테디는 아니에요.”(<A.I.>)

13살의 할리에게 스크린이 요구한 것은 적당한 각도의 미소짓기나 행복에 겨운 눈물이 아니었다. 그를 시험하는 건, ‘진짜’와 ‘가짜’를 구분해야 하는 것처럼, 늘 깊고 어려운 것이였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내가 진짜 로봇이 된 것 같은 상상을 했죠. 하지만 스필버그는 ‘할리, 너무 로봇처럼 움직이면 안 돼’라고 말했어요. 데이빗은 ‘진짜 로봇’이지만 점점 ‘진짜 인간’에 가까워지죠. 그러나 어려운 점은 어쨌든 그가 ‘가짜 인간’이란 거였어요.” <A.I.> 속 데이빗은 머리카락 한줌으로 소생시킨 하루살이 엄마와 함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잠드는 순간을 제외하고 결코 눈꺼풀을 닫지 않는다. “처음엔 너무 힘들었지만 일주일쯤 지나자 긴시간 동안 눈을 깜빡이지 않아도 괜찮은 상태가 되었죠. 사실은 간단해요. 그냥 눈꺼풀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면 되죠.”

“그런 식으로 날 쳐다보지 말아요.” 구천을 떠도는 귀신을 보는 능력을 지닌 <식스 센스>의 콜은 자신을 기이한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을 향해 이렇게 외친다. 이것은 어쩌면 천부적 연기재능을 타고난 할리를 향한 사람들의 시선과 닮아 있을는지 모른다. 그러나 할리는 <A.I.>를 통해 200만달러의 출연료를 받는 특별한 아이인 동시에 도마뱀 2마리와 강아지 수키, 햄스터 한 마리를 키우는 평범한 소년이다. “영화를 찍지 않을 땐 난 매일 학교에 가고 좋은 성적을 기다리는 보통 아이죠. 그러니까, 이건 전혀 다른 두 세계인 셈이에요. 그리고 나는 두 세계에서 모두 잘하길 바라요.” 늘 자신의 역할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설명할 줄 아는 이 영민한 어린 배우는 배우로서 갖춰야 하는 테크니컬한 모든 것을 습득한 듯 보인다. 이제 그가 자라나면서 연기력이 연기처럼 사라질 것이라든지, 마약에 찌든 청소년기를 보낼 것이라든지, 자기혐오에 빠져들거라는 걱정은 접어놓는 것이 좋을 듯하다. 대신 다음해의 오스카가 혹, 노장에 대한 예의로 그의 손을 비켜가는 일이 없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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