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상의와 흰 바지, 채도가 다른 베이지톤의 상하의, 꼭 커플룩처럼 맞춰 입은 옷 때문이 아니라, 그들은 손발이 꽤 잘 맞는다. 사진기자의 주문에 따라 차태현이 두 팔을 등 뒤로 감춘 채 앞에 서자, 그 뒤에 서서 얼굴을 내민 전지현이 팔을 그의 가슴께로 내밀어 갖가지 손짓을 해 보인다.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키며 `요!`하는 힙합 포즈도 했다가, 차태현의 빰을 주먹으로 치는 시늉도 했다가, 가슴을 감싸안는 척도 해보다가 “이상해!”하며 웃음을 터뜨린다. 그에 따라 변하는 차태현의 얼굴이 또 천태만상이다. 힙합 포즈엔 눈에 힘을 주고 입을 오무리며 `오!`하는 래퍼 흉내, 주먹이 빰에 와닿을 땐 한대 맞은 사람처럼 입술이 삐뚤어지고 일그러진 표정, 가슴 위로 팔을 교차할 땐 눈을 가늘게 뜨며 섹시한(?) 분위기까지, 전지현의 손에 맞춰 능청스럽게 얼굴을 바꾸며 스튜디오에 웃음을 풀어놓고야 만다. 이들이 바로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못 말리는 한쌍, `엽기적인 그녀`와 `견우`다.
“지현이가 많이, 잘 망가져줬죠. 지하철에서 토하고 이런 것부터, 옆에서 보면 어휴... 이거 전지현의 영화예요. 난 뭐 신만 많지 별로 하는 것도 없어요.” 차태현 말대로 전지현은 과감하게 `망가졌다` 술에 취한 게슴츠레한 눈빛에, 지하철에서 토한 뒤 쓰러지고, 테이블 위로 머리를 박고 뻗어버렸으니까. “오빠가 너무 재밌는 사람이어서 일이 즐거웠어요. 오빠 열심히 하는 거 보면서 자극도 많이 받았구요.”
사실 망가지기로는 차태현도 만만치 않다. 취한 그녀를 들쳐업고, 물에 빠지고, 그녀의 주먹과 스쿼시공, 죽도에 사정없이 맞았다. 그렇게 기꺼이 망가지는 동안에도 이들의 젊음은 풋풋하기 그지 없는 생기로 화면을 가득 채워넣었다. 이따금 긴 생머리를 찰랑이며 해맑게 웃어버리는 그녀, 그녀의 돌발행동에 어쩔 줄 몰라하는 그의 순진한 표정이 순간순간 화사한 청춘을 내비치기 때문이다.
<엽기적인 그녀>는 전지현과 차태현의 두 번째 만남. 이미 드라마 <해피 투게더>에서 공연했던 이들은 봄에서 여름으로, 4개월간 촬영장에서 고락을 나누며 좀더 편해진 듯하다. 원래 영화에 NG모음을 넣으려고 했지만, NG분량이 모자라 못 넣었다는 게 자랑 아닌 자랑. 쉬는 틈에는 같은 소속사 친구인 배우에게 전화해 삼자통화도 하고, 카메라 앞에서는 서로 손과 표정의 호흡을 맞추며 노는 두 배우는, 젊음이라는 이름으로 닮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