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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의 성
2001-03-14

이상하다. <올빼미의 성>의 결말은 얼핏 이해되질 않는다. 어느 시골농가에서 젊은 남녀가 땀흘려 일한다. 시간은 천천히 흘러가고, 이 한쌍의 부부는 한폭의 그림처럼 불변의 사랑을 나눌 것만 같다. 언젠가 시노다 마사히로 감독은 인터뷰중에 “난 해피엔딩으로 마감되는 영화가 싫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인물들이 과연 행복할까, 라는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한 적 있다. 이런 견지에서 보건대 <올빼미의 성>의 평온한 결말은 시노다 마사히로 감독답지 않다. 1960년대 일본의 누벨바그 세대로서, 줄곧 처절한 운명론과 자기파괴의 미학을 스크린에 펼쳐보였던 노감독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올빼미의 성>은 시바 료타로의 원작소설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일본 전국시대를 가로지르는 정치사가 작품 배경이 되고 있다. 가족을 몰살당한 닌자는 복수를 계획하고, 통치자에게 칼날을 들이대지만 그의 목을 베지는 못한다. 그저 “복수로 세월을 보내게 해줘서 고맙다”라고 할 따름이다. 교토와 오사카에서 촬영한 <올빼미의 성>은 CG의 능란한 도입이 눈에 띄는 시대극이다. 드높은 성채와 고풍스런 중세 풍경을 재현해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올빼미의 성>은 평소 심미안을 지닌 것으로 정평이 난 시노다 마사히로 감독의 영화다. 특히 살의에 불타는 주조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성채에 잠입하는 시퀀스는 현란하기 그지없다.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고, 온통 황금색으로 치장한 실내 세트는 그 휘황한 분위기만으로도 보는 이를 압도하는 힘을 발휘한다.

“난 미래, 그리고 뜬구름 같은 유토피아적 이상엔 도무지 관심없다. 카메라를 과거로만 향하고 싶을 뿐이다”라는 감독의 바람처럼, <올빼미의 성>은 일본의 전형적인 시대극 양식을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다. 다분히 기계적인 배우 연기에서 역사적 사건에 대한 과다한 해설에 이르기까지. 전통 시대극에 대한 강한 집착이 다소 고루하고 공허하게 느껴지는 대목도 있다. 그런데 한번 라이벌은 영원한 법일까. 누벨바그 시절부터 서로를 견제해온 바 있는 오시마 나기사와 시노다 마사히로가 같은 원작자 소설을 비슷한 시기에 영화로 만들었으니 말이다. 옛 속담에 똑똑한 적은 멍청한 친구보다 낫다는 말도 있다지만.

김의찬/ 영화평론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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