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서 눈치챘겠지만, <더 댄서>는 춤이 모든 것을 압도하는 영화다. 이야기보다 춤이 강하고, 배우보다 댄서가 전면에 있다. 17살 때 뤽 베송에게 발탁돼 그가 제작하는 영화의 안무를 했던 미아 프레에게 뤽 베송은 언어장애가 있는 댄서 인디아 역을 주었다. 캐릭터에 신비를 더하는 한편으로 연기보다는 춤에 능한 그녀를 배려한 설정임을 짐작할 수 있다. 미아 프레는 이 영화에서 놀라운 춤솜씨를 보이는데 대사가 없는 역을 연기했음에도 불구하고 배우라기보다는 아직 댄서로만 보인다. 이러한 ‘춤의 우위’는 영화 전반을 규정한다. 뇌쇄적인 미아 프레의 춤추는 모습을 담는 카메라는 뮤직비디오가 대상을 보여주는 방식을 따르며, 영화는 종종 드라마에서 뮤직비디오로 전환됐다 돌아오곤 한다.
보이는 그대로 <더 댄서>의 개성은 바로 그 담백한 ‘전시’에 있다. 애초에 댄서 미아 프레의 매력에 중점을 둬 기획된 영화인 만큼 <더 댄서>는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기꺼이 춤을 보여주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프로디지, 팻 보이 슬림 등의 음악과 더불어 <더 댄서>는 매력적인 댄서의 춤을 감상하라고, 아주 솔직하게 관객에게 권유한다. 폐쇄된 건물에 사는 인디아와 재스퍼 남매의 황량한 삶과 재스퍼가 일하는 도축장의 비린 풍경, 그리고 과학자 이삭이 만들어내는 전위적인 실험공간은 미아 프레의 ‘공연’을 뒷받침하는 배경으로 잘 선택된 세트다. 이 영화는 여러모로 <어둠 속의 댄서>와 비교될 수 있을 텐데, <어둠 속의 댄서>가 아들의 시력을 지켜주기 위해 죽음을 택하는 셀마의 슬픔을 사형집행 장면에서 처절하게 그려냈다면, <더 댄서>의 마지막 클럽 장면은 첨단 과학기술을 허구 속으로 끌어들여 인디아가 자신의 언어결핍을 극적으로 초월하는 모습을 연출해 낸다.
감독 프레데릭 가르송은 <레옹> 촬영시 통역으로부터 시작하여 <제5원소> 조감독, <택시> 뮤직비디오 연출, <잔다르크> 조감독을 거쳐 <더 댄서>로 감독데뷔를 한 신인감독이다. 뤽 베송은 스토리를 내고 제작을 맡으며 그를 도왔다. 감각적인 빠른 편집에서 뤽 베송의 스타일을 느낄 수 있는 영화 <더 댄서>는 약간은 거친 프랑스적 감각을 띠고 있다. 영어영화이지만 유럽영화의 분위기가 더 강한 프랑스영화다.
최수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