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 The Movie 천일동안>은 제목대로다. 90년대 중반의 인기 TV드라마 <종합병원>을 영화화했으며, “천일 동안 지속된 사랑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다”라는 주인공 시완의 대사처럼 두 남녀의 눈물나는 사랑을 그린 멜로다. 드라마 <종합병원> <우리들의 천국>을 연출했던 최윤석 감독이 사랑의 삼각대를 세울 공간으로 종합병원을 택한 건 “기존 멜로 영화들은 주인공의 직업을 낭만적으로 포장하고 그가 속한 공간에 충실하지 못했다”라는 반성 때문이다. 또한 은수와 승현이라는 대조적인 캐릭터를 빌려 한국 멜로 영화가 소홀히 해온 여성성에 대한 통찰을 시도한다.
<…천일동안>의 두 여주인공 승현과 은수는 여러 면에서 대조적이다. 승현은 완벽한 의사로 성공하기 위해 여성성을 포기한 인물이다. ‘명예남성’이고 싶어하는 승현은 여성을 마치 콤플렉스처럼 여기며, 후배 은수에게도 같은 길을 요구한다. 작은 실수를 저지른 은수에게 승현은 “남자가 잘못하면 실수지만, 여자가 하면 여의사 개망신”이라고 닥달한다. 선머슴처럼 굴지만 내면은 섬약한 은수에게 그런 승현은 ‘벽’이다.
하지만 시완을 둘러싼 삼각관계로 이야기의 방향이 옮겨지면서 승현과 은수는 사랑에 울고웃는 평범한 멜로드라마의 여인으로 변해간다. 죽음을 앞둔 은수가 제주도로 내려간 뒤로 영화는 출발선에서 한참 더 멀어진다. 최윤석 감독은 배경의 현실성을 살리기 위해 종합병원을 선택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은수가 삶의 마지막 날을 보내는 제주도의 보건소는 동화 속의 집처럼 그저 예쁘기만 하다. 그리고 현실의 옷을 벗은 영화는 아름다운 사랑으로 ‘과포장’된다. <편지>의 성공사례가 있긴 하지만, 이 첨단시대에 ‘죽음을 앞둔 애절한 사랑’이 관객의 눈물샘을 얼마나 자극할지 의문스럽다. 일본판 <링>을 리메이크해 짭짤한 수익을 거뒀던 AFDF가 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