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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트 운즈
2001-05-02

엑시트 운즈

Story

독불장군 형사 오린 보이드(시티븐 시걸)는 과잉진압과 명령불복종으로 디트로이트의 사건다발 지역으로 전출되고 만다. 그러던 어느 날 한 화학공장에서 엄청남 물량의 마약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이를 수사하던 오린 보이드는 인근 마약상 라트랠 워커(DMX)를 용의자로 의심한다. 그러나 정작 사건의 내막에는 부패한 경찰이 연루되어 있으며, 워커는 그들의 함정에 빠져 수감된 자신의 동생을 위해 경찰 비리 증거를 수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Review

영화 <엑시트 운즈>는 전형적인 스티븐 시걸의 액션장르영화이다. 부패한 경찰과 갱들이 등장하고, 이를 눈감아주지 못하는 고독한 터프가이 형사가 등장한다. 그리고 정의를 지켜내기 위한 영웅의 의로운 싸움이 외롭게 전개된다. 미국 디트로이트를 배경으로 사악한 범죄집단과 이에 연루된 부패경찰을 소재로 하고 있는 이 영화는 장르적인 이야기와 관습에 너무도 충실하기 때문에 이야기만으로는 새로울 것도 흥미로울 것도 없다. 대신 그 식상함을 채워나가는 것이 스티븐 시걸의 좀더 파워풀한 액션연기이고 비트 강한 흑인 힙합음악의 사운드들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감독 안드레이 바르코비약의 전작 <로미오 머스트 다이>와 크게 대별되지 않는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변용시켰던 전작과 70∼80년대 형사영화의 전형적인 내러티브를 수용하는 이 영화의 스토리야 엄연히 다르긴 하지만, 할리우드로 끌어들인 동양무술의 화려한 스펙터클과 액션연출방식은 좀더 세련된 카메라워크를 구사하는 것말고는 여전하다. <로미오 머스트 다이>의 이연걸이 미국적인 남성주의 카리스마를 풍기는 스티븐 시걸로 대체됐을 뿐, DMX와 같은 비트 강한 흑인 힙합음악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제작 역시 <로미오 머스트 다이>는 물론이고 <리쎌 웨폰> <매트릭스> 등을 맡으면서 할리우드 최강반열의 제작가임을 확인한 조엘 실버. 차용과 변주의 묘를 읽을 줄 아는 조엘 실버이고보니, 이 영화는 지금 할리우드 액션영화의 새로운 경향성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그것은 향수를 자극하는 미국 70∼80년대 형사영화의 내러티브와 이국적인 동양무술 그리고 새로운 비트 강한 흑인음악을 절묘하게 혼성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통쾌한 액션의 스펙터클과 유행하는 문화적 코드들이 총동원되었다 하더라도 기본적인 이야기구조의 허술함을 전부 커버해주지는 못한다. 영화의 중반부가 되도록 사건의 긴장감을 형성하지 못하고 산만하게 흩어지는 에피소드들은 물론이고 후반부 지나치게 과장된 액션과 사건해결의 작위성은 실소를 자아낼 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미국 개봉당시 줄리아 로버츠와 브래트 피트가 짝을 이룬 <멕시칸>을 누르고 흥행 1위를 기록하였다. 영화적 완성도야 그에 분명히 못 미치지만, 간만에 빛을 본 스티븐 시걸의 액션연기와 이에 가세한 DMX의 음악과 연기가 한몫했기 때문이다.

정지연/ 영화평론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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