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엽기적이다. 차 한잔 사겠다는 남자의 말에 그냥 돈으로 달라고 대답하는 여자는 세상에 사키코밖에 없을 것이다. 덕분에 실연까지 당했지만 사키코의 생의 목적, 유일한 즐거움은 오로지 돈이다. 그런 그녀에게 잘만 하면 5억엔이라는 돈이 굴러들어오게 생겼다. 노란 가방 안에 ‘그것’이 있다, 가방을 찾아라! 그렇게 삶의 목표가 정해졌다.
사키코는 ‘보물’ 지도에 그려진 지점찾기라는 단 한 가지 이유로 지질학과에 입학한다. 등반도, 스킨스쿠버도, 수영도 배운다. ‘돈’ 때문에. 무엇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스쿠버를, 등반을 배우느냐는 질문에 사키코는 침묵하지만, 꿈꾸는 듯한 표정이 된다. 그러나 그토록 돈을 밝히는 사키코의 행동은 귀엽다. 목표가 돈에서 비롯되는 2차적인 물질이나 쾌락이 아니라 ‘돈’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른 여자애들이 화장품이나 옷이나 장신구를 좋아하고, 그것들을 사고, 바르고, 치장하면서 행복해 하는 것과 똑같다. 사고 싶던 옷을 산 여자애가 거울 속의 자신을 보며 행복해 하듯, 사키코도 행복하다. 그녀만의 ‘비밀의 화원’엔 지폐꽃이 활짝 피었으니까.
돈은 대개 자본주의와 인간의 추악한 욕망을 상징하지만, 시노부 야구치 감독은 발랄하게도 목표를 향해 정진하는 젊음을 그리는 소재로 써먹었다. 당연히 <비밀의 화원>은 돈을 다룬 영화 가운데 가장 ‘순진한’ 코미디다. 그래서 돈에 눈먼 현실적인 캐릭터는 등장하지 않는다. 사키코는 만화 <유리가면>의 여주인공 마야에 비길 만한,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의 경계가 정확히 갈리는 캐릭터다. 뚱한 표정, 부스스한 커트머리, 후줄근한 반바지, 집에서는 늘 뒹굴뒹굴하는 태도도 사키코의 만화 캐릭터적인 요소들. 늘 약간 오버하는 꺼벙한 지질학과 조교, 5억엔을 찾아나서다가 금세 포기하고 김밥을 맛있게 먹어대는 사키코의 가족도 마찬가지다. 이런 것들은 시노부 야구치 감독이 만화 스토리작가 출신임을 알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별다른 클라이맥스 없이 다양한 에피소드가 쭉 이어붙여진 전개, 극단적인 클로즈업과 만화 컷 같은 숏의 전환에도 그런 숨결이 느껴진다. 그것이 영화로 온 <비밀의 화원>의 장점이자 단점이지만, 시종 유쾌하고 사랑스럽다.
위정훈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