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코더 연습이 영 하기 싫은 진구는 도라에몽의 도구 '미리 일기'를 슬쩍해 미래를 바꾸려 한다. 미리 일기는 미래의 소망을 현실로 만드는 도구다. 그런데 매사에 대충인 진구는 ‘음악 수업’이 아니라 ‘음악’을 없애달라고 일기에 적고 만다. 단번에 온 지구의 음악이 사라지고 혼란이 찾아옴에 따라 두 종류의 외계 존재가 지구에 발을 들인다. 한쪽은 오래전 멸망한 행성 뮤시카의 아이 미카다. 열심히 연습하던 진구와 친구들의 합주를 들은 미카는 그들에게 파레의 전당을 구해달라고 부탁한다. 전당은 뮤시카 문명이 남겨진 인공위성으로 우주를 표류 중이며, 파레는 뮤시카 말로 음악을 뜻한다. 한편엔 과거 뮤시카 행성을 공격했던 외계 생명체이자 별을 잡아먹는 거대한 힘 노이즈가 있다. 노이즈를 막을 방법은 강력한 파레의 힘뿐이다. 이에 진구와 친구들은 전설적인 음악의 영웅 비르투오소가 되어 우주 최강의 합주에 도전한다.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만화·애니메이션 시리즈 <도라에몽>의 43번째 극장판으로, 원작자 후지코 F. 후지오의 탄생 90주년을 기념한 만큼 놀랄 만한 애니메이션적 상상력으로 가득 찬 작품이다. 영상 속에 흐르는 음악과 소리를 형형색색의 유동적 도형 이미지로 시각화한 방식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청각의 공감각적 심상을 아름답게 표현한 애니메이션의 순수한 활기와 따스함이 큰 감동을 준다. 더하여 지구 문명에 음악이 뿌리내린 수만년의 역사와 전 우주 단위의 SF적 설정이 여러 시계열로 엮이면서 서사의 흥미진진함까지 보장한다. 도라에몽의 대표적인 만능 도구 ‘만약에 박스’를 뛰어넘을 정도의 위력을 지닌 ‘미리 일기’가 이 거대한 상상력을 이질감 없이 지탱한다. 요컨대 <도라에몽> 특유의 황당무계한 만화적 상상력이 애니메이션 장르로 만개한 극장판이다.
[리뷰]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의 지구 교향곡>, '도라에몽' 이라서 가능한 황홀한 상상력의 공감각 애니메이션
글 이우빈
2024-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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