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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시대 충무로 3인방 [1]

강우석-차승재-강제규 충무로 신삼국시대, 다시 그리는 영화산업지도

충무로에는 돈이 많다?

온나라가 벤처열풍에 몸살을 앓는데 충무로가 무사할 리 없다.

대기업, 금융에 이어 몰려오는 제3의 자본은 벤처.

그러나 벤처는 영리하다.

흥행성이 없으면 투자하지 않는다.

충무로에서 자본을 투자할 만한 파워를 가진 이들로 강우석, 차승재, 강제규를 꼽는 데 주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활화산' 충무로를 재편하는 3인방이 펼칠 인터넷 신삼국시대가 궁금하다.

‘돈은 넘치는데 영화가 없다.’ 최근 충무로의 상황은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발에 채는 게 돈”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자본은 지금 매우 빠른 속도로 영화시장의 중심부로 진입하고 있다. 영화제작에 투자하는 목적으로 모은 펀드만 해도 100억원 규모 자본이 4개나 된다. 일신창투 수석심사역이던 김승범씨가 독립해 만든 튜브엔터테인먼트의 투자조합, 미래에셋창투에서 모은 코리아픽처스 1·2호, 유니코리아에서 내건 드림캐피탈, 무한기술투자가 차승재씨를 내세워 만든 무한영상벤처투자조합 등이 모두 100억원대 펀드들. 이 밖에도 종합기술금융, 국민기술금융, 산은캐피탈, 제일창투, 시그마창투 등 이른바 벤처투자사들이 어떤 식으로든 충무로에 한쪽 다리를 걸쳐놓고 있다.

억억억, 벤처자본이 밀려온다

밀려드는 벤처자본에는 국경도 없다. 현재 시네마서비스에 투자할 계획으로 자산가치 실사작업을 하고 있는 워버그 핀커스(Warburg Pincus)는 미국에 있는 다국적 벤처자본이다. 인터넷, 정보통신, 콘텐츠사업 등 고부가가치 사업이라면 어느 나라든 가리지 않는 다국적 벤처자본이 한국의 영화사를 투자대상으로 고른 것은 한국에서 영화가 강력한 성장산업이라고 판단한 탓일 것이다. 워버그 핀커스와 시네마서비스의 계약이 아직 성사된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예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은 크다.

종합기술금융(KTB)으로부터 57억5천만원 투자를 유치한 강제규필름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기업 공개시 자산가치가 1500억원대에 이를 것이라 평가되고 있다. <쉬리> 흥행으로 인한 결과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없는 평가액이긴 하지만 투자자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3월20일 하얏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는 우노필름이 종합엔터테인먼트회사 싸이더스로 탈바꿈한다는 것을 알리는 행사가 있었다. 영화제작은 물론 매니지먼트, 인터넷영화, 드라마제작, 음반사업 등을 동시에 추진할 싸이더스는 새롬, 다음, 한글과 컴퓨터와 함께 인터넷 4인방이라 불리는 정보통신기술 벤처기업 로커스(대표 김형순)가 투자해 설립됐다. 출범식을 통해 밝힌 싸이더스의 목표는 “엔터테인먼트의 콘텐츠화, 기업화, 산업화, 국제화”다.

한눈에 보기에도 충무로는 지금 폭발 직전의 화산같다. 대기업자본이 금융자본으로 바뀌면서 어지럽게 이뤄진 이합집산은 부글거리는 용암의 뜨거움이 느껴지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대체 어디서 시작해서 어떻게 끝날 변화인지 냉정히 따져보지 않으면 비약과 추락의 운명이 눈 깜짝할 사이 바뀌어버릴 판이다.

우노필름 차승재+로커스+웹시네마=싸이더스

차승재

우노필름 차승재 대표가 로커스와 손잡고 만든 회사 싸이더스의 사업계획은 최근 동향을 분석할 수 있는 프리즘이 될 만하다. 우노필름과 싸이더스의 차이는 일단 외양으로 볼 때 사업영역이 대폭 확장됐다는 점이다. 정우성, 박신양, 장혁, 전지현 등의 매니지먼트를 했던 EBM 대표 정훈탁씨와 H.O.T, S.E.S, 신화 등을 발굴한 전 SM기획 대표 정해익씨가 차승재 대표와 한배를 타고 매니지먼트와 음반사업을 하기로 했다. 싸이더스 출범 전부터 차승재씨와 함께 인터넷 영화판권구매에 주력했던 웹시네마(대표 김창규)도 한축을 이루고, 스타급 PD를 영입, 드라마와 연예프로그램 제작까지 준비중이다. 차승재씨는 3년 전부터 이처럼 다양한 사업을 포괄했을 때 생길 시너지효과에 주목하며 종합엔터테인먼트회사를 꿈꿔왔다. 영화사에서 종합엔터테인먼트회사로 규모를 키운 싸이더스의 자본금은 80억원. 로커스가 55% 지분을 확보, 최대주주이며 구성원들이 나머지 지분을 나눠 가졌다. 싸이더스 출범은 투자자인 로커스에 주목하지 않으면 단순한 사업확장처럼 비친다. 하지만 컴퓨터, 인터넷, 전화, 텔레비전 등의 경계를 허무는 정보통신기술을 개발하는 업체 로커스가 차승재를 파트너로 택한 데는 미지의 영토를 선점하려는 야망이 있었다. 로커스뿐 아니라 인터넷과 관련된 정보통신업체가 공통적으로 도달하는 결론은 사업의 중심을 하드웨어와 네트워크 구축에서 콘텐츠사업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문자와 소리뿐 아니라 영상까지 고속으로 전송되는 현재 기술발전 속도로 볼 때 정보고속도로에 올려놓을 그럴듯한 차량이 필요하다는 것. 정보고속도로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쪽이 엔터테인먼트산업이라는 진단은 이미 오래 전에 난 결론이기에 로커스와 차승재의 이해관계는 맞아떨어졌다.

시네마서비스+핀커스, 강제규필름은 일본·홍콩과 접촉

강제규

시네마서비스, 강제규필름 등이 구상하는 사업계획도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에 능동적으로 대응한다는 점에서는 싸이더스와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다. 워버그 핀커스가 시네마서비스에 투자할 금액은 약 340억원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시네마서비스의 사업영역이 영화제작, 배급에 국한되지 않을 것임을 암시한다. 올해 20여편의 영화를 제작, 수입, 배급할 시네마서비스의 매출목표는 300억원. 투자액이 더 많다는 것은 사업이 확장되는 것을 의미한다.

씨앤필름(대표 장윤현)의 움직임은 주목할 만하다. 오래 전부터 애니메이션 연출을 염두에 뒀던 장윤현 감독은 애니메이션 제작은 물론 드라마를 비롯한 방송물 제작, 인터넷사업 등을 구상, 사업을 추진해왔다. 독자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다 강우석 감독과 마찰을 빚기도 했던 그는 “시네마서비스에서 독립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과정만 놓고보면 또다른 파트너와 제휴할 수도 있지만 강우석 감독이 이런 사업에 관심을 갖는다면 투자자로 나설 수도 있는 상황.

강제규필름도 사업확장이 불가피한데 강제규 감독은 “직접 제작하는 영화 외에 수입, 투자, 배급, 극장 등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상당한 규모의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아시아시장을 하나로 묶는 구상을 추진중인데 올 4월 이후 일본, 홍콩쪽 파트너와 구체적인 접촉을 할 예정이다.

신삼국시대, 물밑 제휴는 계속된다

강우석

최근 산업이 이들 세 사람, 강우석, 차승재, 강제규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어보인다. 90년대 중반 시네마서비스, 삼성, 대우가 이룬 3강체제에서 90년대 말 시네마서비스, 삼성, 일신창투의 짧은 3국시대를 거쳐 신흥 3거물이 영토를 분할한 셈. 이들 세 사람이 각기 다른 비장의 무기를 갖고 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강우석에겐 서울극장 배급망이 있고, 차승재는 기존의 탄탄한 제작시스템에 덧붙여 박신양, 정우성, 김혜수, 전도연 등 중량감 있는 배우를 거느리게 됐으며, 강제규는 홍콩, 일본에서도 욕심낼 정도로 핵폭탄 같은 잠재력을 가진 감독이다. 콘텐츠가 결국 재능과 실력을 갖춘 사람한테서 나온다는 걸 아는 벤처자본이 이들 3인에게 몰리는 건 자연스럽다. 튜브엔터테인먼트, 미래에셋창투, 유니코리아 등이 독자행보를 걷고 있고, 대규모 멀티플렉스와 드림웍스 영화가 버티고 있는 CJ엔터테인먼트가 3인체제와 부분 협력하며 경쟁하는 관계를 맺고 있는데, 이들 중 또다른 강자가 출현할 수도 있다. 관계자들은 지각변동이 상당시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 현상적으로 세 사람이 전면에 나와 있지만 필요에 따른 이합집산도 언제든 있을 수 있다. 차승재씨가 운영하는 무한영상벤처투자조합에서 시네마서비스 영화에 투자하고, CJ엔터테인먼트가 강제규필름에서 제작하는 <단적비연수>에 투자하는 것처럼, 상호 투자하는 일도 비일비재하고 전술적, 전략적 제휴 또한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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