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니스트>에는 휴머니즘이 없다. 아들은 아비의 납치를 꿈꾸고, 친구는 배신을 음모하고, 신부는 거지의 술병을 뺏고, 수녀는 강간당하고, 타락한 경찰은 동료의 죽음을 팔아 부귀영화를 꿈꾼다. 그렇게 <휴머니스트>는 이 땅에 유교적인 가치관은 더이상 설 자리가 없다며, 신앙과 돈이 아무렇지 않게 맞바꿔지는 것이 “꿈이 아니고 현실”이라고, 세상은 돼지우리 같다고, “싸구려 휴머니즘은 사람의 판단을 흐리게 할 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악(惡)의 시선으로, 혹은 위악적인 태도를 유지한 채 <휴머니스트>가 썩은 세상에 던지는 냉소가 정확히 그 폐부를 찌를 지는 미지수. 가진 건 돈밖에 없는 패륜아 마태오 역은 TV에서 자주 얼굴을 비춘 안재모가, 늘 불만에 찬 화가 유글레나 역엔 <주유소 습격사건>의 ‘딴따라’ 강성진이, 저능아에 가까운 단세포 아메바는 박상면이 분해 서로 뒤통수치는 친구들을 연기했다. 팝 칼럼니스트이자 연예프로그램 리포터로 얼굴을 알린 이무영의 감독 데뷔작으로 이무영은 연출뿐 아니라 각본, 음악까지 맡았다. 4월14일 개봉.
백은하 기자
제작·제공 베어 엔터테인먼트
감독·각본·음악 이무영
프로듀서 곽정덕, 임승용
촬영 변희성
조명 박만창
동시녹음 윤해진
스테디캠 여경보
편집 김상범
아트디렉터 SBS미술센터 이철호
출연 안재모, 강성진, 박상면, 명순미, 박영규
개봉예정 4월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