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도 토토노(스다 마사키)는 평범한 대학생이라고 자칭하지만 탁월한 추리 실력으로 경찰의 비공식적 파트너로 활동한다. 명탐정 코난 못지않게 사건에 휘말리는 그는 취미인 미술관 투어를 갔다가 시오지(하라 나노카)라는 고등학생에게 의뭉스러운 아르바이트를 제안받는다. 자신을 포함한 4명의 상속인들이 막대한 유산 상속 경쟁에 들어서게 됐는데, 가문 대대로 경쟁 과정에서 사람이 죽어 도움을 요청한 것. 얼떨결에 제안을 수락한 토토노는 각자에게 주어진 창고를 목적에 맞게 채워야 하는 독특한 미션을 지켜본다. 대결이 시작된 뒤 시오지가 다칠 뻔하고 다른 상속자가 창고에 갇히는 일이 벌어지자 토토노는 정말로 죽음이 벌어지는 집안싸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브로콜리 모양의 타고난 곱슬머리, 그만큼 풍성하게 동여맨 목도리, 여기에 떡볶이 코트까지. 멀리서 봐도 눈에 띄는 토토노가 돌아왔다. <극장판 미스터리라 하지 말지어다>는 동명의 만화뿐만 아니라 만화 원작 드라마까지 흥행하며 영화로까지 만들어진 사례다. 드라마에는 없는 에피소드를 다뤄 차별점을 만들었다. 드라마의 마지막 에피소드를 상기하면서 주인공 캐릭터의 독특한 매력을 그대로 살려 기존 작품의 팬들을 흡수했다. 탐정 토토노는 추리 쇼를 화려하게 펼치는 스타일이 아니다. 두뇌 게임을 혼자서 즐기는 고독한 천재에 가깝다. 이번 극장판에서는 넓은 창고들을 맨뒤에서 둘러보고 가족회의에서 조용히 한자리를 차지한 뒤 정보를 수집한다. 가볍게 툭 던진 한마디로 엉킨 실타래를 풀어버리는 역할을 전처럼 명확히 수행한다. 캐릭터의 인기 요인인 엉뚱하고 소심한 성격도 잘 살아 있다. 작품 특유의 추리 작동 방식도 그대로 이어간다. 손으로 땅을 파서 오래된 뼈를 찾아내듯 천천히 뚝심 있게 핵심에 접근하는 방식이다. 토토노를 필두로 후손들은 경쟁을 멈추고 가문 전체의 뿌리 깊은 문제를 단계적으로 해결해나간다. 이에 맞춰 연출 스타일도 반전과 자극보단 서정성에 무게를 둔다. 가족드라마의 톤으로 사건에 연루된 인물들의 미세한 감정 변화에 주목한다. 특히 극장판에서는 샛길로 새더라도 시오지와 죽은 아버지의 관계에 주목하며 딸이 느끼는 죄책감을 해소하는 것에 시간을 할애한다. 과거의 무거운 진실을 다룰 땐 애니메이션을 사용해 우회한다. 그렇기 때문에 <극장판 미스터리라 하지 말지어다>는 긴장감 넘치는 미스터리 스릴러를 기대하는 관객에게는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잔잔하게 흘러가는 게 형식적 특징이라 할지라도 후반부 하이라이트마저 일관된 톤을 유지한 건 아쉬움을 남긴다. 범인과 함께 가문의 비밀이 밝혀지는 장면에서 연출은 모든 인물을 한자리에 모아둘 뿐 어떠한 시도도 하지 않는다. 인물들은 그 자리에서 멀뚱히 서 있을 뿐이다. 토토노의 풍부한 해설 역시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면서 맥 빠지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렇지만 최종적으로는 팬 서비스로 마무리하는 영리한 선택으로 시리즈의 수명을 늘린다. 원작에서도 핵심 인물인 베일에 싸인 남자 가로(나가야마 에이타)를 스치듯 등장시킨다. 토토노에게 도움을 받는 경찰 식구들인 후로미츠(이토 사이리), 아오토(쓰쓰이 미차타카), 이케모토(오노에 마쓰야)의 이야기도 담아 이어질 에피소드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close-up
극중극으로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도깨비 이야기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도깨비 세명이 한 가문을 차지하기 위해 일가족을 살해하고 시체를 어딘가에 묻었다는 내용은 현실의 시오지 가문과도 연결되며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환상적인 그림체가 돋보이고 완결성이 높아 소품으로 넘기기 아쉽다. 범인을 적극적으로 찾고 싶다면 결정적인 단서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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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브스 아웃> 감독 라이언 존슨, 2019
자기 생일날 목숨을 끊은 부유한 작가 할란(크리스토퍼 플러머). 이제 탐정 브누아 블랑(대니얼 크레이그)의 진두지휘 아래 할란의 간병인과 자식들, 3세들이 유산 상속을 벌인다. <극장판 미스터리라 하지 말지어라>를 보고 고전적인 미스터리 스릴러를 보고 싶어졌다면 <나이브스 아웃>이 그 욕구를 채워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