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정보
- 원어명小津安二郞
- 다른 이름Ozu Yasujiro
- 직업감독
- 생년월일1903-12-12
- 사망1963-12-12
- 성별남
소개
대표작 <태어나기는 했지만>, <한 아버지가 있었네>, <부초>
일본인들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오즈 야스지로는 서구 영화인들에 의해 가장 일본적인 감독으로 소개돼왔다. 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는 일본적 스타일이 담겨 있으면서도 보편적 설득력이 있는 드라마로 이해되었던 반면, 알 듯 모를 듯한 오즈의 영화는 일본적 미학의 전형으로 비쳤다. 비슷한 이미지의 제목(예를 들면 <이른 봄>, <늦봄>, <초여름>, <어느 가을날 오후>), 비슷한 이야기, 비슷한 캐릭터가 어느 영화에서나 이어지고, 다다미방에 앉아 수없이 차를 마시던 인물들(유명한 ‘다다미신’)은 너무 기뻐하지도 너무 슬퍼하지도 않다가 쓸쓸한 표정으로 엔딩 크레딧 뒤로 사라져간다. 사소한 에피소드만 나열되고 움직임 없는 카메라는 아무 의미없는 공간을 무심히 훑는 듯한데도, 삶의 묵직한 비애감을 마침내 깊은 곳에서 길어올리는 그의 기이한 영화들은 세계의 수많은 영화작가들과 평론가들을 매혹시켰다. 빔 벤더스는 그의 영화가 지닌 비밀을 풀기 위해 카메라맨과 단둘이서 도쿄 거리를 헤매다닌 뒤 <도쿄가>(1984)라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오즈에게 바쳤으며, 미국의 저명한 영화학자 데이비드 보드웰은 그의 영화공간을 서구적 모더니티의 대안이라고까지 극찬했다. 오즈의 대표작 <도쿄이야기 東京物語>는 매체를 불문하고 세계영화 베스트10 목록에 거의 빠짐없이 들어간다.
오즈의 개인사는 그의 작품의 이미지와는 정반대에 가깝다. 소년 시절에는 변덕스럽고 삐딱했으며, 청년 시절에는 서구적인 것을 동경하며 지냈다. <시민 케인>과 돈가스를 좋아했고, 독신으로 평생을 살았지만, 금욕적이라기보다는 쾌락주의자에 가까웠다. 오즈는 1903년 도쿄에서 비료상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중학교 기숙사에서 쫓겨날 만큼 분방한 학창 시절을 보낸 뒤, 1923년 당시 일본 최대 스튜디오였던 쇼치쿠의 카메라맨 조수로 들어간다. 입사 당시까지 일본영화는 단 세편만 봤을 정도로 이 청년은 서양영화에 깊이 빠져 있었다. 1927년 시대극 <참회의 칼 懺悔の刃>로 감독 데뷔한 오즈는 1932년 <태어나기는 했지만 生れてはみたけれど>으로 범상치 않은 재능을 세상에 알렸다. 먹고 살기 위해 사장에게 비위를 맞춰야 하는 한 회사원의 고단한 삶을 아이들의 눈으로 포착한 이 영화는 오즈의 스타일과 세계관이 고스란히 드러난 초기 걸작으로 꼽힌다. 동시대 일본 대도시인들의 고단한 삶과 가족의 위기라는 주제를 평이하면서도 그윽한 시선의 카메라에 담는 작업은 이후 평생 지속된다. 한 초등학교 교사와 징집당한 아들의 이야기를 그린 <한 아버지가 있었네 父ありき>(1937)는 오즈 영화의 아이콘이 된 배우 류 치슈의 뛰어난 연기, 일상적 리듬의 완벽한 영화적 재현이 돋보이는 또다른 걸작. 자신이 딸의 혼사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홀아버지와 과년한 딸의 이야기를 다룬 <늦봄 晩春>(1949)에서부터 유명한 계절 시리즈가 이어진다. 결혼적령기에 도달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부모의 희망을 따르지 않는 자식과 그 때문에 속상해하는 부모의 이야기는 <초여름 麥秋>(1951), <도쿄의 황혼 東京暮色>(1957), <열반화 彼岸花> (1958), <부초 浮草>(1959), <늦가을 秋日和>(1960) 등에서도 약간씩 양상을 달리하며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부부의 갈등을 소재로 다룬 <쌀밥에 얹은 녹차의 맛 お茶漬の味>(1952), <이른 봄 早春>(1956) 텔레비전을 갖고 싶어하는 아이와 아버지의 갈등을 다룬 <안녕하세요 お早よう>(1959)도 이 시기에 나온다.
같은 인물들의 같은 이야기처럼 보이는 전후 오즈의 영화에는 거의 빠짐없이 일본 대도시의 소시민가족이 중심에 놓인다. 시대 변화가 몰고 온 세대간, 남녀간 갈등이 이 가족의 안정적 유지를 위협한다. 부모 세대들은 변화에 저항하지만, 결국 체념하며 가족 해체의 힘을 받아들이고, 사악하지는 않지만 좀더 바빠지고 이기적이 된 자식들은 자신들만의 삶에 몰두한다. 오즈에 심취한 서구 영화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에 따르면, 오즈의 비밀은 이야기가 아니라 형식에 있으며(데이비드 보드웰) 그 형식의 핵심은 탈중심적 영화공간에 있다(데이비드 쿡). 오즈 영화는 중심적 이야기가 주변적 이야기를 포섭하며 이어지는 중심화된 선형 구조를 따르지 않고 양자가 서로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탈중심적 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다. 본론과 여담이 구분되지 않는 이 독특한 구성은 카메라가 이야기와 관계없는 공간(주로 사람이 없는)에 머물면서, 스크린 밖의 세계, 결국 영화 밖의 세계를 끊임없이 환기시키는 기묘한 공간 설정에 의해 이루어진다. 할리우드식 규칙인 180도 룰을 거침없이 어기는 오즈식 카메라워크는 이 공간의 탈중심화 전략에 기여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1953년의 <도쿄이야기>는 이러한 오즈 스타일이 완벽하게 구사된 그의 최고 걸작으로 꼽힌다. 도쿄에 사는 아들 집을 방문한 시골 부모의 쓸쓸한 체류기를 그린 이 영화는 두 세대의 갈등에 관한 보편적이면서도 소박한 이야기가, 극단적으로 절제된 오즈적 형식에 담겨 삶의 근원적인 비애감을 전해준다.
오즈는 1963년 60회 생일날에 암으로 죽었다. 생전에 63편의 영화를 만들었고, 현재 33편의 필름이 남아 있다. 그의 묘비에는 ‘無’라는 한 글자만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죽음 이후에야 비로소 국제적 명성을 얻기 시작한 그의 불가사의한 영화세계는 아직도 많은 영화학도들의 도전적 주제로 남아 있다. <b>[씬21 영화감독사전]</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