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의 문턱, 작품성 있는 영화들이 연이어 개봉한다. 멕시코 아카풀코 해변을 배경으로 ‘이방인’ 같은 한 남자의 알 수 없는 일탈을 그린 영화 <썬다운>, 진정한 자아와 인생을 찾아 나선 한 젊은 여자의 이야기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아버지의 안락사를 고민하는 딸의 이야기 <다 잘된 거야>, 3편이다.
<썬다운>은 봉준호 감독이 2021년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선정해 화제가 되고 있는 작품이다. 부유한 영국인 ‘닐’(팀 로스)은 멕시코 아카풀코 해변의 최고급 리조트에서 여동생 ‘앨리스’(샤를로트 갱스부르)의 가족과 휴가를 보내던 중 갑작스런 어머니의 부고를 받는다. 하지만 그는 여권을 잃어버렸단 핑계로 다른 가족들만 영국으로 보내고 혼자 멕시코 해변에 남아 일광욕을 즐기는 기이한 행동을 이어간다. 이런 알 수 없는 행동은 결국 끔찍한 사건을 불러오며 영화의 서스펜스를 증폭시킨다. 37세의 젊은 나이에 칸영화제 3관왕을 달성하고 2020년 <뉴 오더>로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워대상을 수상한 ‘미셸 프랑코’ 감독, <피아니스트 전설>의 천재 피아니스트로 잘 알려진 ‘팀 로스’, <안티크라이스트>로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샤를로트 갱스부르’의 만남이 빚어내는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이다.
8월 25일 개봉하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는 자신이 원하는 인생이 무엇인지 몰라 방황하는 아직 ‘어린’ 어른들을 위한 영화이다. 의대생이었던 ‘율리에’는 진로에 회의를 느끼고 심리학으로 바꾸지만 이내 다시 사진작가가 되기로 마음먹는다. 분명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막상 하게 되면 싫증이 나는 그녀에게 새롭게 다가온 사랑도 ‘찐’사랑인지 확신할 수 없다. 노르웨이 출신 <라우더 댄 밤즈>, <델마>의 요아킴 트리에 감독이 연출하고 지난 해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레나테 레인스베가 주인공 ‘율리에’를 연기했다. 노르웨이 오슬로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트리에 감독의 감각적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다 잘된 거야>는 반신마비가 된 아버지로부터 죽을 수 있게 도와 달라고 부탁 받은 딸 ‘엠마뉘엘’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영 앤 뷰티풀>, <썸머85> 등을 연출한 프랑스 감독 프랑수아 오종의 신작이다. 80년대 ‘책받침’ 여신이었던 <라붐>, <유 콜 잇 러브>의 청춘스타 소피 마르소가 ‘엠마뉘엘’ 역을 맡아 어떤 중년의 연기를 보여줄지 기대된다. 메디치상 수상 작가이자 오종 감독의 절친인 엠마뉘엘 베르네임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했다. 아직도 찬반 논쟁이 뜨거운 존엄사를 다뤘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