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프로그래머 1차 추천작 9편을 공개했다. 다양한 영화제에서 프로그래머로서 활약을 펼친 맹수진 프로그래머는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 화제작과 수상작들을 망라한 ‘경쟁부문: 국제경쟁’ 5편과 한국 음악영화 창작자들의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는 ‘경쟁부문: 한국경쟁’ 4편을 추천작으로 선정했다.
▲ 캘린더 걸즈
미국 플로리다에는 60세 이상의 여성들로만 이루어진 댄스 그룹이 있다. 이름하여 캘린더 걸즈. 올해 선댄스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다큐멘터리 '캘린더 걸즈'는 연간 100회 이상의 공연을 소화하고 있는 이 특별한 댄스팀의 리허설과 공연 장면을 중심에 두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은퇴 이후의 삶을 살고 있는 멤버들의 사연을 담담하게 담아낸다. 노령인구는 많아지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노화는 죄악시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 은퇴 이후 어떤 삶을 살 것인가를 성찰케 하는 특별한 다큐멘터리다. (조지훈)
▲ 룩 앳 미: XXX텐타시온
악마적 재능이라 극찬받았던 플로리다 출신, 힙합 아티스트 XXX텐타시온은 스무 살 나이에 충격적인 죽음을 맞이하며 음악사의 별이 되었다. 자신의 정신 병력에 대한 솔직한 고백과 용기있는 가사를 통해 사람들을 위로하고 수많은 십 대 팬들을 양산했던 텐타시온. 하지만 그는 또한 폭력과 강박으로 얼룩진 삶을 살기도 했다. 사바아 폴라얀 감독은 기계적 중립의 위치에 서기를 거부하고, 관객에게 빛났던 그의 모습뿐만 아니라 그의 가장 추한 모습까지도 정면으로 마주하라고 주문한다. (조명진)
▲ 포저
오하이오 주 콜럼버스 출신의 오리 세게프와 노아 딕슨 감독이 공동연출한 장편 데뷔작이며, 두 감독이 나고 자란 콜럼버스의 인디뮤직씬을 배경으로 하는 흥미로운 음악영화다. 인디뮤직씬의 일원이 되고 싶은 영화의 주인공 레논 게이츠는 팟캐스트를 만들기로 하고 뮤지션들의 만나 음악을 녹음하고 그들을 인터뷰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실제 뮤지션이기도 한 보비 키튼과 친해지고, 그에게 집착하기 시작한다. 인디뮤직에 대한 깊은 애정, 음악과 예술에 대한 깊은 이해가 흥미로운 스토리텔링과 만나 만들어낸 새로운 감각의 스릴러 영화다. (조지훈)
▲ 나씽 컴페얼즈
“팝스타가 아니라 세상의 비명이 되고 싶었다.” 영화는 아일랜드 출신의 싱어송라이터인 시네이드 오코너가 관객들의 야유 속에 'The War'을 무반주로 절규하듯 불렀던 밥 딜런 30주년 헌정 기념 공연의 한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이 사건은 그녀가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비판하며 교황의 사진을 찢은 것에 대한 당시 대중의 반발이었다. 그럼에도 굽히지 않고 차별과 착취, 부조리에 지속하여 저항했던 시네이드의 불꽃 같은 삶을 영화는 따뜻한 연대의 시선으로 담아낸다. (조명진)
▲ 스무 살의 소울
이치후나 고등학교의 브라스밴드 클럽에서 활동하는 타이기는 누구보다 음악을 사랑하는 소년이다. 학교 야구팀을 응원하기 위해 '이치후나의 영혼'을 작곡하고, 그 뒤로 타이기는 음악 선생님이 되겠다고 다짐한다. 졸업 후 20살의 어린 나이에 타이기는 병원에서 암 진단을 받는다. 그러나 병세가 심해지는 순간에도 타이기는 연주하고 작곡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스무 살의 소울'은 타이기를 중심으로 이치후나 고교 오케스트라 소속 팀원들의 일상을 묘사한다. 음악에 대한 팀원들의 순수한 애정과 동료애가 영화의 에너지를 한껏 끌어올리며, 종국엔 뭉클한 합주로 위로를 선사한다. (조현나)
▲ 디바 야누스
한국의 1세대 재즈 뮤지션이 누구냐는 질문에 모두가 입에 올리는 이름이 있다. 그가 없었다면, 한국에서 재즈 음악이 계속되기 어려웠을 거라는 증언. 한국 최초의 재즈클럽인 클럽 야누스를 운영하며 뮤지션들이 노래할 공간을 만들었던 뮤지션 뮤지션 박성연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디바야누스'는 故박성연의 생전 무대들과 동료, 후배 뮤지션들의 인터뷰로 음악가로서 박성연의 발자취를 따르는 다큐멘터리다. 휠체어에 앉아서도 무대 위에 서고, 여전한 음색으로 리듬을 타는 음악가 앞에서 숙연해지면서도, 관객은 함께 발을 구르며 재즈를 즐기게 된다. 2019 제천 음악영화 프로젝트 제작지원작. (김송희)
▲ 오랜만이다
워크맨과 체리 보이. 그 시절 두 남녀는 각각 이런 별명으로 불렸다. 함께 음악제에 나가기로 마음먹은 뒤 약속 도장을 짧은 입맞춤으로 대신하던 풋풋한 한 때였지만 야속하게도 세월은 금세 지나가 버렸다. '오랜만이다'는 가수로 자리잡지 못한 채 무채색의 일상을 살던 33살의 여자 연경이 오래된 기타를 매개로 순수했던 10대 시절의 감각을 회복해가는 이야기다. 같은 꿈을 꿨기에 서로 상처 줄 수밖에 없었던 남녀의 로맨스를 배우 방민아와 이가섭이 맑고 단정한 호흡으로 전한다. (김소미)
▲ 나의 여신
교수 임용에 세 번이나 낙방한 연구자가 제주도 무속 연구를 위해 젊은 샤먼을 찾아간다. 둘 사이에는 금세 묘한 성적 긴장감이 흐르지만, 멜로드라마를 연상케 하는 제목과 달리 영화는 서서히 섬뜩한 기운을 드러낸다. 제주에서 전승되는 제주큰굿 무형문화재 보유자인 서순실 심방의 자문으로 완성된 '나의 여신'은 소재주의에 그치지 않고 전통 무속을 심도 있게 재현하면서 특히 굿의 음악적, 무용적 측면을 사실적으로 담아냈다. 심방을 연기한 배우 손수현의 날렵하고 카리스마 있는 존재감이 매력적이다. (김소미)
▲ 버텨내고 존재하기
오래된 극장에서 뮤지션들이 극장에 대한 오래된 기억을 소회한다. 극장에서 처음 본 영화에 대한 기억, 어떤 영화를 보고 자랐으며, 어떤 감독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는지. 매표소, 계단, 영사실, 객석. 낡은 극장 곳곳을 비추던 카메라는 뮤지션의 얼굴로 옮겨가고 이들은 극장에서 ‘나의 노래’를 하기 시작한다. '버텨내고 존재하기'는 1935년 개관한 광주극장을 배경으로 김일두, 김사월, 곽푸른하늘,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등 뮤지션들이 인터뷰와 공연을 이어 붙인다. 공간과 음악이 그 자리에서 오래오래 "버텨내고 존재하기"에 대해 기록하고 노래하는 영화. (김송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