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뜨거운 피>는 1993년, 더 나쁜 놈만이 살아남는 곳 부산 변두리 포구 ‘구암’의 실세 ‘희수’와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밑바닥 건달들의 치열한 생존 싸움을 그린 영화이다. 매 작품 호소력 짙은 연기로 관객들을 사로잡아온 정우는 <뜨거운 피>에 대해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선택한 작품이다.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는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었다”며 깊은 애정을 표한 바 있다.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뜨거운 피>에 매료된 정우는 ‘희수’를 통해 주변 환경과 주변 사람들의 배신, 음모로 서서히 억눌렸던 욕망이 폭발하는 과정을 그려내며 다시 없을 인생 작품을 탄생시켰다.
매 씬 ‘희수’ 캐릭터에 정성을 쏟았던 정우가 선택한 <뜨거운 피>의 원픽 명장면은 오프닝과 엔딩에 연결되어 등장하는 멍텅구리 배 장면이다. 정우는 “’희수’ 닌 뭘 지키고 싶은데?”라고 묻는 영도파 ‘남회장’의 질문에 “옛날엔 그런 게 있었던 것 같은데, 하도 더럽게 살다 보니까 이젠 고마 다 잊어버렸습니다”라고 답하는 장면이 무척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한 풍파를 지나온 ‘희수’의 마음을 대변하는 대사로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쓸쓸함과 폭풍전야처럼 고요하면서도 싸늘한 느와르 감성을 물씬 풍겨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에 정우는 “그간 감정을 억누르고 참고 또 참던 ‘희수’가 분노의 감정을 그대로 표출하는 장면으로 클래식 영화를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라고 원픽 명장면 선정 이유를 밝혔다. 또한 “욕심나는 장면이었어서 여러 버전의 연기를 준비했다. 더운 날씨에 많은 선배들과 함께 연기하는 장면이라 너무 죄송스러웠다. 감정의 클라이맥스라고 생각해서 더 집중해서 연기했다”며 열정 넘치는 비하인드를 전했다. 이렇듯 인간의 이성과 본능,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강렬한 느와르로 풀어낸 영화 <뜨거운 피>는 사실적인 캐릭터, 몰입감 넘치는 이야기로 관객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