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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울리는 '뜨거운 피' 명대사
씨네21 온라인팀 [email protected] | 2022-03-15

“내도 나이 마흔입니더. 죽을 때 죽더라도 뭔가 해봐야지예”



영화 <뜨거운 피>는 1993년, 더 나쁜 놈만이 살아남는 곳 부산 변두리 포구 ‘구암’의 실세 ‘희수’와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밑바닥 건달들의 치열한 생존 싸움을 그린 영화이다. 정우가 맡은 ‘희수’ 역은 오랫동안 ‘구암’의 모든 일을 처리하며 실세로 자리 잡았지만 나이 마흔에 새로운 인생을 꿈꾸는 인물이다. 실제 촬영 당시 마흔을 앞뒀던 정우는 그 어떤 작품보다 진심으로 캐릭터에 몰입했다는 후문. 이 대사를 끝으로 ‘손영감’의 하수 역할을 끝낸 ‘희수’는 그야말로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려 들어간다. 작은 항구에서 살아남기 위해 악착같이 버텨온 ‘희수’의 강단이 느껴지는 대사이기도 하다.


“세상은 멋진 놈이 아니라 XX놈이 이기는 거다”



1993년, ‘범죄와의 전쟁’ 선포 이후 먹고살기 힘들어진 밑바닥 건달들의 이야기를 그려낸 <뜨거운 피>는 치열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삶을 리얼하게 담아냈다. 의리와 배신, 꼼수와 거짓말이 난무하는 그들의 세상에서 ‘희수’의 눈빛과 표정에도 점점 살기가 오른다. 오랜 시간 믿고 따른 ‘손영감’도, 30년 지기 친구도, 그야말로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지면서 극의 긴장감은 더욱 고조된다. 그간 봐온 느와르 영화와는 다르게 멋은 빼고 오로지 날 것의 이야기를 담아낸 영화 <뜨거운 피>는 러닝타임 내내 숨 막히는 몰입감과 깊은 여운을 전할 것이다.


“싸움은 망설이는 놈이 지는 기다”



평소에는 읍소형 보스 같다가도 결정적인 순간 냉철한 판단을 내리고 잔인한 행동도 서슴지 않는 ‘손영감’은 오랜 시간 자신의 밑에서 수족처럼 일한 ‘희수’가 호텔을 나가면서 불신이 싹트기 시작한다. 오랜 시간 ‘구암’을 손아귀에 쥐고 있던 ‘손영감’은 ‘희수’에게 30년 지기 친구인 영도파 에이스 ‘철진’을 제거할 것을 충고하며 “싸움은 망설이는 놈이 지는 기다”라는 대사를 남긴다. 어긋난 관계 속에서 오로지 살기 위해 서로를 속고 속이는 인물들의 복잡한 감정과 살벌한 액션은 전례 없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할 것이다.


“저 밑바닥 끝까지 떨어지거나 저 위로 올라가서 왕이 되거나! 니는 어디로 갈끼고?”



극중 ‘용강’은 돈 되는 일이면 마약 밀수, 용병 일도 마다않는 가장 밑바닥 인생이지만 어딘가 해탈한 듯한 모습으로 묘한 긴장감을 일으키는 인물이다. 그런 ‘용강’이 사면초가에 놓인 ‘희수’에게 ‘구암’의 주인이 될 수 있다며 욕망을 부추기는 장면은 두 배우의 호연이 빛나며 영화의 명장면으로도 손꼽힌다. “저 밑바닥 끝까지 떨어지거나 저 위로 올라가서 왕이 되거나”라는 대사처럼 ‘구암’을 둘러싼 그들의 욕망이 향하는 곳은 어디일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