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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시크릿 카운터'
씨네21 온라인팀 [email protected] | 2022-02-17

기발하고 섬뜩한 설정



<시크릿 카운터>는 빚 독촉에 시달리던 남자가 우연한 제안을 받고, 일을 하지 않아도 의식주를 보장해 주는 기이한 마을에 가게 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 노란 옷을 입은 요원에게 초대받은 이만 들어올 수 있는 비밀스러운 마을에선 규칙만 따르면 먹을 것, 입을 것, 살 곳이 평생 무료로 제공되며 마음에 드는 누구에게나 호감을 표하고 함께 밤을 보낼 수 있다. “내부에는 자유와 평등이 있고 외부에는 차별과 폭력이 있다.”라는 마을의 신조는 사회 부적응자로 낙인찍힌 사람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고 시스템으로의 편입을 유도한다. 모든 책임과 의무에서 벗어나 본능에 충실한 삶을 권장하는 이곳은 무한경쟁 시대의 유일무이한 유토피아로 보이지만 정말 그것이 전부일까? 마을을 통솔하는 노란 옷의 요원들은 누구인지, 미션이란 핑계로 마을 주민들을 동원하는 수상한 일들은 무엇인지 극이 진행될수록 커지는 궁금증에 눈을 뗄 수 없다.


핫한 배우 3인방



<시크릿 카운터> 속 독특한 세계관을 완성한 이들은 지금 가장 핫한 배우 3인방, 나카무라 토모야, 이시바시 시즈카, 타치바나 에리다. 일본 영화계를 이끌 재목으로 촉망받는 이들은 연극, 드라마, 영화를 넘나들며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사채에 쫓겨 입주하게 된 ‘아오야마’ 역의 나카무라 토모야는 첫 연극으로 신인상을 거머쥔 타고난 연기 천재로 ‘미식 탐정 아케치 고로’로 스타덤에 오른 인물. 폭넓은 연기력이 장점인 그는 <시크릿 카운터>를 통해 끝이라고 생각한 곳에서 희망을 발견해가는 인물의 심경 변화를 흡입력 있게 전달한다.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로 제60회 블루리본상, 제91회 키네마준보 베스트 텐 등 각종 시상식의 신인 여배우상을 싹쓸이한 화제의 배우 이시바시 시즈카도 기대를 모은다. 마을에 들어간 동생 ‘미도리’를 찾아 함께 탈출하려는 행동파 캐릭터 ‘베니코’로 분한 그는 한층 성숙해진 눈빛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시크릿 카운터>로 스크린 데뷔를 한 타치바나 에리는 모델 출신이란 선입견을 깬 과감한 연기로 이목을 집중시킨다. 그가 연기한 ‘미도리’는 가정 폭력을 피해 마을로 숨은 인물로 그곳의 진의를 의심하는 ‘아오야마’, ‘베니코’와 대립하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국내 가전제품 광고모델로도 활약한 타치바나 에리는 최근 영화 전문지 씨네21과의 인터뷰를 통해 본격적인 한국 활동을 알려 팬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극강의 리얼리티



‘사람’을 ‘머릿수’로 세는 행위에 두려움을 느껴왔다는 아라키 신지 감독은 첫 영화의 소재로 ‘머릿수로 이루어진 마을’을 탄생시키며 자신이 가진 공포를 극대화했다. 마을에 입소한 사람의 대부분은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졌거나 취업을 포기했거나 숨고 싶은 대상으로부터 떠나온 이들이다. 영화는 그들의 모습 위로 ‘일본의 실종자 수 84,865명’, ‘PC방 숙식 난민 9,851명’, ‘완전 실업자 137만 명’ 등의 실제 수치를 오버랩해 어쩌면 마을이 실재할지도 모른다는 오싹함을 선사한다. 이러한 <시크릿 카운터>의 주제의식은 일본 현지에서도 뜨거운 호평을 받았다.


제36회 일본아카데미상 우수감독상 수상자이자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 <종이달>을 연출한 요시다 다이하치 감독은 “이렇게 잘 만들어진 영화가 ‘유별난’ 영화로 보인다면, 아마 우리들 쪽이 상당히 ‘유별난’ 것일 거다.”라고 찬사를 보냈다. 유명 작가 몬마 유스케는 “흔한 풍경 바로 옆에, 분명하게 부조리한 세계를 만들어낸 독창성. 수수께끼 같은 매력적인 작품.”이라며 기발한 발상에 박수를 보냈으며 칼럼니스트 코레마사 우노는 “‘결정론과 자유의지’를 둘러싼 뛰어난 현대사회 비평과 예견성이 가득한 문제작.”이라 평했다. 평론가 하스미 시게히코는 “감독이 찍은 날카로운 샷 안에 우리가 보아야 할 것이 있다.”라는 한 줄 평을 통해 감독의 통찰력을 높이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