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드레스덴에 정착하여 살고 있는 아가타 쉰들러로바는 슬로바키아 출신의 음악학 연구자다. 그녀는 나치에 의해 운명이 뒤바뀐 유대인 출신 음악가들을 찾아내는 작업을 해왔다. 영화는 이들 중 일부의 삶을 담고 있다. <침묵 속에>는 2차 대전 당시 나치의 유대인 핍박을 음악, 무용 등 예술이라는 특정분야에 국한시켜 보여준다. 처음부터 끝까지 대사 없이 인물들의 내면화된 목소리로만 진행되는 실험성이 주목할 만하다. 예술가들이 끌려간 후 겪는 수용소의 참상조차 모두 일상적 대화 없이 일종의‘ 침묵 속에’ 연출된다. 이는 발화가 금지된 채 짐승 취급을 받으며 오로지 복종으로 일관해야만 했던 이들의 현실과도 맞아떨어진다. 아름다움의 추구를 업으로 삼는 예술가들의 꿈과 영감을 말살시키려 했던 인류사의 어두운 사건을 건드리는 수작으로, <꽃봉오리>(2011)로 2012년 플래시 포워드상을 수상한 바 있는 즈데넥 이라스키의 두 번째 장편이다.
(이수원_2014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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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원_2014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