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인 어머니와 프랑스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양양은 살면서 한번도 아버지를 만나본 적이 없다. 덕분에 양양은 프랑스 문화를 조금도 경험해 보지 않은 대만 토박이지만, 그녀의 외모에 깊게 남아 있는 아버지의 흔적은 언제나 그녀를 이방인으로 만든다. 아름다운 얼굴과 빛나는 웃음 뒤에서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슬픔과 곧 깨질 것만 같은 불안함은, 그녀의 이런 이방인으로서의 삶에서 비롯된 외로움 탓이다. 어머니의 재혼으로 새로운 가족이 생긴 양양은 그 관계 안에서 안정을 찾고자 하지만, 관계에 대한 그녀의 끝없는 집착은 이 새로운 가족생활도 곧 망쳐 버린다. <양양>은 자기만의 고통을 가진 한 소녀의 가슴 시린 성장담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이미 다문화 사회로 접어든 대만 사회의 단면을 그 서글픈 청춘을 통해 담담한 듯 고통스럽게 묘사한다. 1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되었던 <먀오 먀오>로 대만 금마장영화제 여우주연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되었던 산드린 핀나의 연기가 눈부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