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하면 으레 방학을 맞아 개봉되는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을 생각하기 쉽상이다. 하지만 [난 이상한 사람과 결혼했다]는 애니메이션이 더이상 어린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작품. 폭력과 성에 대한 섬뜩한 묘사와 농담이 재기로운, 이상한 성인용 애니메이션이다.
켈리와 그랜트는 신혼부부. 어느 날 하늘을 날던 한 쌍의 새가 사랑을 나누는 데 열중한 나머지 위성수신 안테나에 충돌하면서 발생한 광선이 그랜트의 뒷덜미에 떨어진다. 그 자리에는 조그만 혹이 생겨나면서 그랜트는 ‘이상한 사람’으로 변한다. 상상하고 꿈꾸는 모든 것을 현실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랜트는 섹스 도중 아내의 모습을 마음대로 변화시키는가 하면 식사를 하는 장모의 입에서 각종 벌레가 튀어나오게 한다. TV 토크쇼에 출연했다가 무의식중에 초능력을 보여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한다. 그랜트의 능력을 탐낸 방송재벌, 군부, 한물간 코미디언 등이 제각각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그 혹을 노리면서 켈리와 그랜트 부부가 예기치 않은 모험을 겪는 게 주된 내용.
[난 이상한 사람과 결혼했다]는 삐딱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세계적인 작가 빌 플림프턴의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사람의 몸을 가지고 마음대로 장난을 치는 기상천외하고 파격적인 표현, 수공업적인 그리기로 만화와 캐리커처의 느낌을 증폭시킨 데 플림프턴의 매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