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지옥 속에서 우리 가족을 구해주소서
달콤한 행복에 드리운 핏빛 비밀의 그림자...한 가족의 달콤한 행복이 익사한다!
부모의 유산을 처분하고 서울의 아파트로 이사 온 형국과 영애 부부
그리고 딸 미애. 곧 태어날 둘째와 새로운 사업까지 만사형통으로
세 식구는 달콤한 행복에 젖는다. 어느덧 이웃의 친절한 장로 부부와
가깝게 지내며 교회에도 나가지만 형국와 영애는 유독 딸 미애를 아끼는
장로의 노모가 불편하다. 그러던 어느 날, 장로의 노모가 세상을 떠나고
미애는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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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술>보다 맛있고, <똥파리>보다 센more
독기 품은 심리호러!
<독>, 2009년 웰메이드 데뷔작 계보 잇는다!
2009년 상반기 한국영화계의 최대 이슈는 그 누구도 예상치 않은 독립영화의 대약진이다. 독립영화 아니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사상 전무후무한 295만이라는 흥행신화를 이룩한 <워낭소리>(감독 이충렬)로 시작된 독립영화 붐은 2만 4천을 모은 <낮술>(감독 노영석)과 12만 흥행을 기록한 <똥파리>(감독 양익준)처럼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젊은 감독들의 데뷔작이 이끈 것이 사실. 또한 신인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라는 것 외에도 개봉 전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에 진출, 수상하며 호평을 등에 업고 개봉해 관객들을 만났다는 것이다. <독>은 <워낭소리>, <똥파리>와 함께 지난해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 되어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고, 제 38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2009), 제23회 프리부르국제영화제(2009, 스위스) 경쟁부문에 진출, 작품성을 검증 받았다. 독립영화 뿐 아니라 상업영화에서도 신인감독들의 활약은 괄목할만했다. 820만을 돌파하며 역대 코미디영화 최고 흥행기록을 세운 <과속스캔들>(감독 강형철), 본격 토종추리극을 내세우며190만을 모은 스릴러 <그림자 살인>(감독 박대민)까지 영민한 장르적 세공과 이야기의 힘이 배가된 매력적인 데뷔작들이 2009년 한국영화계에 가장 뜨거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김태곤 감독의 첫 장편 심리호러 <독>은 뼛속까지 스미는 밀도 높은 공포의 연금술을 통해 걸출한 신인감독의 탄생을 알리며 2009년 웰메이드 데뷔작의 계보를 잇는다.
재밌고 독특한 본격 ‘심리호러’ <독>에 빠진다!
다큐멘터리, 액션, 퀴어, 스릴러 등 점점 더 다양한 소재와 장르로 관객들을 홀리고 있는 독립영화계. <독>은 국내 독립영화는 물론 상업영화에서도 보기 드문 본격 심리호러로 기존의 피 칠갑 또는 특수효과로 관객들을 비주얼로 압도하는 영화들과는 다른 지점에 선 영화다. 김태곤 감독은 <식스센스>, <디 아더스> 같이 영혼까지 옥죄는 불안 가득한 심리적 긴장감을 극 전반에 오롯이 스며들게 했으며, 신인감독의 첫 데뷔작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탄탄한 구성과 세밀한 연출로 ‘심리호러’의 장르적 미덕을 200% 끌어올렸다. 이에 지난 해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에 진출해 ‘디테일을 끌어올리는 공포의 세공사’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비교적 잔인한 장면 하나 없이도 관객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힘은 이 층층이 쌓아 올린 작은 디테일들이 클라이막스에서 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저수지, 어항, 욕조의 물, 수도에서 뿜어 나오는 녹물 등 다양한 형태의 물 이미지, 주인공 형국의 다친 검지 손가락. 폐쇄의 공간성과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는 엘리베이터, 음식물을 붉게 갈아내는 믹서기, 곧 태어날 동생을 시기하는 어린 소녀, 이웃의 수상한 장로 부부와 그들의 치매 노모, 곳곳에 배치된 기독교적 표식들이 바로 그것들. 자체로는 직접적인 공포인자와는 거리가 멀지만 감독의 치밀한 설계대로 단란한 한 가족의 일상에 균열을 일으키며 관객들에게 심리적인 긴장과 공포를 안긴다. 뼛속까지 스멀스멀 스미는 공포인자로 무장한 <독>은 올 여름 관객들을 가장 차가운 공포의 독에 빠뜨린다.
차가운 지옥 속에서
우리 가족을 구원해 주소서
죄의식이 만들어낸 불길한 징후들
영혼을 잠식하고 행복을 강탈한다!
<독>은 달콤한 행복을 꿈꿨던 한 가족의 핏빛 비밀로 인해 벌어지는 수난극으로,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잠재된 죄의식과 그로 인해 점점 더 불안과 공포에 영혼을 잠식당하고 일상의 행복을 강탈당한 한 평범한 가족의 비극적인 이야기다. 대다수의 공포영화에 등장하는 공포의 대상이 흡혈귀나 몬스터, 귀신 등 외적으로 존재하는 어떤 것이었다면 심리호러 <독>은 가족의 내면에 형성된 불안이 공포의 대상이 된다. 이 때문에 그들의 행동은 시종일관 부자연스러울 수 밖에 없다. 심리적인 공황상태에 빠진 이들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일들이 주변에서 일어나면서 느끼는 불안은 영화를 보는 내내 지속되면서 천천히 심장을 옥죈다. 파스빈더의 영화 제목인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는 말처럼 누군가에게 공격을 받아 외상을 입는 것보다 가슴 깊숙한 곳에 치명적인 트라우마를 남긴다. 결국 인간을 파멸로 이끄는 불안의 힘은 이상징후들을 뿜어내며 그 어떤 고통보다 강력한 원초적인 공포로 도약한다. 나약한 인간의 심리가 만들어 낸 가장 일상적인 공포를 다룬 ‘심리호러’ <독>은 이렇듯 내면의 불안으로 영혼을 잠식하고 행복을 강탈하는 데 성공했다.
평온한 일상에서 끌어올린 심연의 불안
주변의 모든 것들이 공포가 된다!
<독>에서 가족이 가진 이유 있는 불안은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지극히 평범한 환경을 서서히 변모시킨다. 인간의 마음이 동요(動搖)되면 평온한 일상에도 균열이 생기는 법. 더 나은 삶을 향한 욕망으로 고향의 집을 처분하고 이사한 편리한 아파트. 처음엔 남부러울 것 없는 스위트홈처럼 출발하지만 죄의식으로 인한 불안과 주위의 이상징후들과 맞닥뜨리자 일상은 지옥으로 돌변한다. 섰다 멈춤을 반복하는 엘리베이터의 기계음, 끊임없이 깜박이는 전등과 같이 오감을 자극하는 현상에서부터 하수구를 틀어막은 말라버린 머리카락, 음식물들을 붉게 갈아내는 믹서기, 환풍구에 껴있는 검은 때들도 내면의 불안을 배가 시키는 유용한 도구가 된다. 떳떳하지 못한 인간의 자격지심과 죄의식이 만들어 낸 일상의 공포는 영화 내내 지속되면서 천천히 심장을 옥죄여 온다. 나약한 인간의 심리가 만들어 낸 가장 일상적인 공포를 다룬 심리호러 <독>은 평범한 삶 속에서 파생되는 크고 작은 심연의 불안을 지닌 우리 모두도 그 공포의 자장 안에 있음을 경험하게 한다.
우리 가족을 사탄으로부터 지켜주소서
우리 가족의 모든 죄를 사해주소서
인간의 탐욕과 종교적 광기에 대한 준엄한 경고
극장 밖을 나서는 순간 진정한 공포를 실감한다!
대다수의 공포영화가 무서운 장면들의 나열에만 치중해 영화가 끝난 후 관객들은 자신에게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는 안도의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 한다. 그러나 영화 <독>은 인간의 탐욕과 종교적 광기에 대해 경고한다. 가족의 행복과 사업의 성공은 일반적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바램이다. 그러나 그것을 얻기 위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는 현대 사회의 실태는 이미 각종 매스컴이나 기사를 통해 숱하게 보도 되는 끔찍한 사건들을 통해 체감 할 수 있다. 이러한 일련의 사회적인 분위기는 자신이 저지른 죄를 용서 받을 수 있다는 믿음으로 종교적인 맹신까지 부추겼다. 그리고 현실을 도피해 구원을 받고자 신의 이름을 대신해 만행을 저지르는 이들의 광기 어린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물질적 풍요를 위해 자행하는 돌이킬 수 없는 과오에 대한 우리의 자화상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영화 <독>의 묵직한 주제의식은 극장 밖을 나선 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진정한 공포를 실감하게 만든다.
치밀한 구성과 짜임새 있는 디테일로 미장한 연출력
저예산 독립영화의 한계를 뛰어 넘는다!
관객을 깜짝 놀라게 만드는 CG는 없다. 공포심을 극대화 시키는 섬뜩한 분장도 없다. 그러나 영화 <독>은 심장을 옥죄며, 피 말리게 하는 긴장감을 지속 가능케 하는 탄탄한 구성과 짜임새 있는 디테일이 있다. 영화 속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로 등장하는 형국의 집은 실제 아파트에서 촬영되었다.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이 가능한 세트를 지을 수 있는 예산이 없었지만 한정된 촬영공간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거듭한 끝에 같은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매 컷마다 전혀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성공했다. 또한 영화 전반에 걸쳐 불안과 긴장이 감도는 가운데 서서히 밝혀지는 가족의 비밀은 엉켜진 실타래가 조금씩 풀리듯 의문으로 맴돌던 사건들과 촘촘히 연관되며 전개돼 관객들로 하여금 충격반전의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이렇듯 <독>은 장면 하나하나의 디테일을 중시하는 감독의 연출력으로 저예산 영화의 비주얼적인 한계를 뛰어넘으며 장르영화의 쾌감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