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이 떠오르는 밤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보름달 뜬 날>은 뭔가 신비롭고 은밀하게 어둠의 장막 사이로 비치는 보름달이 뜬 날 밤 일어날 법한 이야기들의 조각을 이어놓은 영화다. 1948년 모스크바. 어느 보름달 뜬 날에 어느 여인은 한 소년과 웨이터의 시선을 받는다. 시간이 흐른 다음 어느날, 다시 보름달이 뜨지만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소년과 웨이터는 기억을 더듬어 예전의 일을 되새긴다. <보름달 뜬 날>은 보름밤이라는 단순한 모티브를 중심으로 여러 인물들의 에피소드에 초현실주의적인 환상을 독특하게 섞은 러시아 영화. 시간과 공간을 옮겨가며 서로 상관없는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복잡하게 얽혀들어 관계의 고리를 형성한다. 현실과 꿈의 경계가 모호할 뿐 아니라 수직적인 질서에서 벗어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열린 시간 구조를 갖는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보라색 옷을 입은 아름다운 여인과 마돈나같은 매춘부로 환생한 동화 속 공주의 독특한 이미지와 환타지가 모자이크처럼 섞여든다. 감독인 카렌 샤흐나자로프는 현재 러시아 영화계의 양대산맥 중 하나인 모스필름 영화제작 부문의 대표. 절제된 대사와 무성영화같은 화면이 만들어내는 고전적 미학에 환상과 현실을 교묘하게 엮은 독특한 영화.
절제된 대사와 무성영화 같은 화면으로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러시아영화. 1948년 어느 보름달 뜬 날에 한 여인이 소년과 한 웨이터의 시선을 받는다. 시간이 흘러 현재. 모스크바에 보름달이 뜨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다. 그 소년과 웨이터는 예전의 그 일을 되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