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청년과 베트남 청년의 우연한 동행
서울이 낯설고 서로가 낯선 이방인들 길을 찾고, 집을 찾고, 떠나간 연인을 찾기 위한 그들의 고단하지만 따뜻한 동행이 시작된다.탈북자들의 사회적응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마치고 이제 막 대한민국에 첫 발을 내딛은 진욱. 임대 아파트에 입주한 첫 날 저녁, 대형 할인마트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어버린다. 진욱이 집을 찾기 위해 올라탄 택시를 몰고 있는 혜정 역시 서울에 정착한지 10년째인 탈북자다. 두사람은 택시를 타고 밤새 서울 거리를 돌아다니지만, 결국 집을 찾지 못하고 헤어진다. 날을 새고서야 가까스로 집을 찾은 진욱은 다음날 탈북자 친구들을 만나러 부산으로 향한다. 부산행 버스에서 그는 버스를 잘못 탄 베트남 출신의 이주노동자 팅윤을 만난다. 한국어를 전혀 못하는 팅윤을 외면하지 못한 진욱은 팅윤을 보살피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팅윤의 애인을 찾아 부안까지 동행하게 된다.
낯선 서울에 불시착한 이방인들. 그들의 서툴고 고단한 동행의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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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성과 대중성을 아우르는 웰메이드 독립영화more
<워낭소리>, <낮술>, <똥파리>에 이어 찾아오는 완성도 높은 독립영화 <처음 만난 사람들>
그야말로, 독립영화의 전성시대다. <워낭소리>가 일으킨 흥행 돌풍은 독립영화 꿈의 고지인 100만을 훌쩍 뛰어넘어 300만에 이르렀고, 공중파 뉴스에서 독립영화라는 단어가 스스럼없이 말해지는 상황이 도래했다. 예전보다 훨씬 많은 관객들이 요즘의 독립영화는 뭐가 있을까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고, 그 관심에 힘입어 <낮술>과 <똥파리>가 많은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독립영화와 관련해 이 시점에 가장 필요한 것은 관객들의 관심이 끊기지 않도록 작품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영화를 발굴하고 소개하는 것일 것이다. 이 점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은 지금 이 시기에 꼭 필요한 소중한 독립영화라고 할 수 있다. 장편 데뷔작인 <상어>로 국내외 영화제와 언론에서 호평 받았던 김동현 감독의 두번째 장편영화 <처음 만난 사람들>은, 2007년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을 수상하고, 2008년 로테르담영화제와 리옹아시아영화제 등 다양한 국제영화제에 초청되고 수상함으로써 이미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탈북자와 이주 노동자등 이방인에 폐쇄적인 한국사회를 돌아보게 하면서도, 사회적인 이슈를 제기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인간의 소통과 치유의 능력을 믿는 영화 <처음 만난 사람들>은 웰메이드 독립영화로서 관객들을 따뜻한 감동의 장으로 이끌 것이다.
타자(他者)와의 소통이 화두인 세계 영화계의 흐름을 잇는다
다문화 사회로 가는 길목, 소통과 공존을 일깨우는 영화 <처음 만난 사람들>
지금까지 한국 영화에서 탈북자와 이주 노동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나마 탈북자의 경우 <국경의 남쪽>, <크로싱>을 통해 그들의 가슴 아픈 기억과 현실이 다뤄졌지만, 이주 노동자의 경우는 전면에 등장한 적이 없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우리 사회는 동남아시아인들과의 국제결혼과 이주 노동자로 인해 급속도로 다문화화 되었지만, 영화를 비롯한 문화 매체에서 이를 반영하는 속도는 매우 더딘 편이다. <처음 만난 사람들>은 비로소 처음, 본격적으로 이들을 스크린의 중심으로 불러 세운다. 그리고 그들과 우리의 소통, 그들 간의 소통과 공존의 필요성에 대해 담백하지만 힘있는 어조로 말한다. 이제 이런 고민과 생각은 점차 보편적인 흐름이 되어가는 듯,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 노동자와 한국 여고생의 우정을 그린 <반두비>와 태권도를 매개로 여러 이주민들과의 소통을 그린 <로니를 찾아서>가 <처음 만난 사람들>에 이어 올 하반기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세계 영화계에서 먼저 포착됐다. 제 60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에서 심사위원상을, 제 20회 동경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밴드 비지트-어느 악단의 조용한 방문>는 해체 위기의 이집트 군악단이 이스라엘에서 겪는 작은 소동과 따뜻한 소통을 그리고 있고, 제 58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은 <레몬 트리>는 레몬 농장을 둘러싼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여성간의 소통과 단절을 그리고 있다. <처음 만난 사람들>처럼 언어마저 통하지 않는 이방인들의 만남과 감동적인 소통을 그린 영화 <누들>은 31회 몬트리올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고 국내 개봉에서도 많은 관객들을 불러 모았다. 이렇듯 바야흐로 세계는, 그리고 세계 영화계는 다문화 사회의 소통과 공존이 화두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더구나 단일 민족이 자랑스러운 것이라고 교육 받아온 우리이기에, 다문화 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처음 만난 사람들>은 더욱 의미 있고 소중한 영화가 될 것이다.
배타적인 한국사회를 성숙한 시선으로 성찰한다
이방인에게 무심하고 폭력적인 한국사회를 생생하게 포착한 시선 <처음 만난 사람들>
<처음 만난 사람들>의 주인공은 탈북자와 이주 노동자다. 베트남에서 애인을 찾아 온 팅윤은 한국말을 전혀 하지 못하고, 당연한 결과로 두사람은 말이 통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한국어를 쓰는 탈북자 진욱은 우리들과 소통이 가능할까? 진욱은 사람들과 대화를 하지만 이것은 소통이 아니다. 북한을 벗어나 어렵사리 도착한 도시 서울은 그에게 거대한 아파트 단지의 생경하고 쌀쌀 맞은 모습으로 다가오고, 그는 결국 서울에 도착한 바로 그날 길을 잃고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그리고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그를 외면한다. 무관심이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될 수도 있는 순간이다. 이주 노동자인 팅윤은 불법 체류자다. 그는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상태로 공장에서 월급을 받기는커녕 맞으면서 일하고 있다. 그가 영화의 클라이막스에서 유일하게 내뱉은 한국말은 “때리지 마세요. 나도 인간입니다!”이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부끄러워지는 순간이다.
<처음 만난 사람들>의 시선은 타자를 향하고 있다. 이점은 대부분의 독립영화가 사적인 이야기에 집중하거나 매몰되는 경향을 띄는 현실에서 단연 돋보이는 지점이다. 한국사회의 맨 얼굴을 생생하게 바라보기, 특히 점점 다원화되는 사회에서 우리가 이방인들에게 얼마나 무심하게 폭력을 가하고 있는지 드러내기. 영화 <처음 만난 사람들>이 관객들에게 문제를 드러내고 인식시키는 방식은 날카롭고 냉정하지만 이는 치유와 보듬기를 전제로 한다. 이러한 성숙한 시선이 <처음 만난 사람들>이 빛나는 또 하나의 지점이 될 것이다.
언어가 아닌 마음으로 소통을 말한다
두개의 만남을 통해 소통의 가능성과 소통의 의미를 말하는 영화 <처음 만난 사람들>
<처음 만난 사람들>은 두개의 만남을 축으로 이야기가 직조된다. 그 하나는 집을 잃은 탈북자 진욱이 택시 기사 혜정과 함께 밤새도록 집을 찾는 과정의 만남이다. 서울에 도착한 바로 그날 길을 잃은 진욱은 택시기사 혜정의 도움에 전적으로 의지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녀 또한 한국에 청착한지 10년째인 탈북자이다. 몇일 뒤 부산으로 내려가던 진욱은 고속버스 안에서 버스를 잘못 탄, 거기에 한국말을 전혀 하지 못하는 베트남 청년 팅윤을 만난다. 자신보다 더 딱한 처지의 이방인인 팅윤을 외면하지 못하는 진욱은 팅윤의 목적지인 부안을 향해 함께 떠난다. 이번에는 진욱이 팅윤을 이끄는 것이다. 두 만남은 모두 목적을 이루지는 못한다. 진욱은 밤새도록 헤매지만 집을 찾지 못하고, 팅윤은 부안에 도착하지만 그의 애인은 그를 외면한다. 그러나 이들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상처를 보듬는, 더 소중한 가치를 찾게 된다.
“하층민 혹은 갑자기 불시착한 이방인, 엇갈리는 언어와 마음, 그러나 결국 ‘치유되어 회기하기’, 마침내 사람이 사람을 구하기”(씨네 21 정한석 기자). 이 글에서 일목요연하게 드러나듯이 <처음 만난 사람들을> 은 마침내 ‘사람이 사람을 구하는 이야기’이고, 그것도 사회의 하층민이거나 외부인이 서로의 소통을 통해 이루어내는 너무나 소중한 연대인 것이다. 존재의 조건을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소통의 가능성을 믿는 <처음 만난 사람들>은 올 봄 찾아온 가장 따뜻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