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대 초. 주부들의 부엌일을 간편화하는 초현대적 방안을 고안해낸 스웨덴의 가사연구협회가 이 방안의 효율성을 한 번 더 실험하고 또 이웃 나라에까지 좋은 일을 한다는 명목 하에 18명의 조사원들을 노르웨이로 파견한다. 이번 테스트의 대상은 홀아비들. 영화의 중심인물은 둘 다 고독한 조사원 폴케(토마스 노스트롬)와 이 테스트의 대가로 말 한 마리 얻는 줄 알고 연구대상이 되기로 응한 이삭(요아힘 칼마이어). 폴케는 이삭의 집 밖에 세워둔 달걀모양의 초록색 캠퍼에서 기거하며 아침이 되면 이삭의 부엌을 방문, 이삭의 부엌 행태를 주시하며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기록한다. 고지식한 폴케가 정장을 하고 테니스 심판 의자를 닮은 높은 의자 위에 올라앉아 부엌에 들어와 식사를 하고 차를 끓이는 이삭의 동태를 관찰하는 모습이 무언극(조사관은 대상자와 대화를 나누어도 또 그를 도와 주어도 안 된다)처럼 진행된다. 한편 고집 세고 과묵하며 혼자 있기를 고수하는 이삭은 폴케의 조사행위를 사보타지 하기 시작하면서 폴케의 임무를 어렵게 만든다. 그러나 매일 같이 두 고독한 남자가 한 공간에 있으면서 둘 사이에는 어느덧 따뜻한 인간관계가 맺어지고 이를 알아챈 폴케의 상관은 노발대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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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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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을 뒤엎고 2003년 깐느영화제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오른 노르웨이 영화. 스산한 노르웨이의 겨울 풍광위에 아키 카우리스마키 식의 스칸디나비아 식 유머가 녹아있다. 산업화와 발전에 대한 이데올로기를 재기 넘치는 유머로 비틀어 놓고, 그 위에 인생과 우정이라는 예기치 못한 보너스까지 안겨주는 영리하고 사랑스러운 영화. 노르웨이의 아카데미 어워드에 해당하는 ‘Amandas’ 어워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거머쥐었다. 2003 깐느 영화제 감독 주간. 2003 토론토 국제 영화제 초청작.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