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님인 홀아버지 심학규의 눈을 뜨게 하려고 공양미 3백석에 인당수에 몸을 던진 청이는 다시 인간으로 생환하여 바닷가에 나왔던 왕의 왕비가 된다. 왕은 맹인잔치를 베풀어 심봉사를 찾는다. 며칠 후 청이를 만난 심봉사는 눈을 뜨고 그자리에 모인 맹인들도 모두 눈을 뜨게 된다.
제10회 청룡상 여우주연상(윤정희) 수상작
제23회 베를린영화제 출품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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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청룡상 여우주연상(윤정희) 수상작
제23회 베를린영화제 출품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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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전을 영화화한 만큼 심청의 지극한 효심이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한다는 원작의 기본 플롯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이러한 플롯은 ‘효’에 대한 강조로만 그치지 않는다. 심청의 희생이 결국 나랏일에 소홀했던 임금의 마음을 붙잡는 데까지 이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이의 효심은 아버지의 눈멂으로 은유되었던 약한 가부장적 질서를 다시 회복시키는 역할을 하며, 가뭄으로 병들었던 나라를 치유시키는 기적까지 이끌어낸다.
감상포인트
영화 초반에는 원작과 거의 유사하지만, 심청이 인당수에 몸을 빠뜨린 이후부터는 원작과는 조금 다른 맥락들이 강조된다. 이를테면 용왕이 여성(최은희)인 점, 용궁에서 죽은 어머니를 만나는 장면 등은 바다 속 세상이 남성적 질서가 부재한 ‘여성적’ 유토피아라는 느낌을 강하게 불러일으킨다. 용궁의 세트는 매우 수려하게 디자인되어 있고, 거친 속세와는 대비되는 아늑하고 평화로운 느낌을 잘 살리고 있다. 한편 아버지가 눈을 뜨고 가물었던 나라에 비가 내리는 기적적 장면들은, 심청의 효심이 용궁에서 얻은 여성적 생명력과 어떻게 조응하는 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