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상영작
인터넷을 통해 고객을 확보하고 살인청부를 해주는 기업인 콜텍스. 고객의 의뢰가 들어오면 킬러들을 고용하여 목표물을 제거한다. 콜텍스의 킬러들에겐 임무수행 기록을 위한 '아이캠'이 이식되어 있다. 톰은 콜텍스 소속의 수준급 킬러이고 그에게 있어 누가 왜, 죽어야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느 날 그는 에어컨이 고장 나 버린 집안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산드라 라는 여인을 제거하라는 지령을 받게 된다. 뒤이어 이상한 일들 톰의 아이캠은 오류를 일으키고 집의 보안장치는 제멋대로 주인을 감금한다. 심지어는 과거에 그가 살해했던 사람들의 환영까지 나타나 집안 곳곳에서 톰을 괴롭히기 시작한다. 피부를 감싸고 있는 온도처럼 불쾌한 상황은 고집스럽게 톰을 놓아주지 않고, 이제 관객은 과연 그가 집밖으로 나가서 산드라를 죽일 수 있을 것인지를 궁금해하게 된다. 환영들과 마주하는 가운데 '킬러'는 점차 '인간 톰'이 되고, 이어서 드러나는 아이캠의 진실과 이식장치를 떼어버리는 그의 모습은 기계에 조정 당하기보다는 주체성을 가진 사람이기를 택하는 결론을 가진 매트릭스 류의 영화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 전의 화려함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초라할 수도 있는 영상과 익숙한 설정에서 내리는 익숙한 결론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매력은 뭔가 짜증을 일으키면서도 그 답답함을 해결할 때까지 관객을 붙잡고 있는 공간, 기억과 전자시그널이 산만하게 나열되는 영상, 그리고 뻔한 결론이 주는 '되새김질'에 있다. <수퍼맨2>와 <007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등에서 조감독을 맡았던 라울 지라드의 감독 데뷔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