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1963-08-23)
1992년 <달은 해가 꾸는 꿈>으로 데뷔, 이 영화 한 편으로 ‘박찬욱 매니아’들을 만들어 내 화제가 되었으며, 두 번째 영화 <3인조>에서는 웃음과 슬픔, 현실비판이 접목된 독특한 코미디를 선보였다. 2000년 드디어 <공동경비구역 JSA>로 국내 흥행기록 갱신은 물론 ‘한국 영화를 대표할 최고의 걸작’이라는 찬사를 얻으며 한국 영화의 21세기를 대표할 감독의 반열에 올랐다. <공동경비구역 JSA>는 베를린 영화제 본선 진출의 쾌거 속에 해외 영화 관계자들로부터도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고 ‘한국 영화붐’의 든든한 견인차가 되었다. 최근 일본에서는 <공동경비구역 JSA>가 스티븐 스필버그의
- 유괴를 소재로 했는데...
“유괴는 물론 나쁜 범죄다. 그러나 아이를 해칠 생각이 전혀 없다면 모두에게 피해가 안 가는 괜찮은 범죄라고 생각하는 놈도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영화로 만들어 볼만 하다고 생각했는데 구로자와 아끼라의 <천국과 지옥>을 보고는 포기했다. 유괴영화는 이제 아무도 못 만들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를 능가하는 영화는 만들지 못 하더라도 그와 다른 영화는 만들 수 있지 않나...생각했다.”
- 한국 최초의 하드 보일드 무비
“어둠이 지배하는 필름 누아르의 시각 스타일보다 하드보일드의 건조하면서 정곡을 찌르는 표현방식에 끌린다. 가난의 고통이나 실종된 아이를 찾으려는 부정 등 감상이 넘쳐나는 스토리지만 오히려 상상을 초월한 잔혹한 영상이 이어진다. 한국 관객들에게 익숙한 장르는 아니지만 한국 영화에 쏟아지는 세계의 기대에 값하려면 전통적인 장르 영화만으로는 해결 못한다.
관객도 다양한 것을 원하지 않나.”
- <복수는 나의 것>의 배우들에 대해
“이 영화를 다시 만든다고 해도 이 이상의 배우들은 없다.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연출하는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들은 어떻게 연기해야 할 지 알고 있었다. 한 몸과 같은 교감을 가지고 작업했고 그들의 연기에 만족 이상을 느낀다. 나 역시도 <공동경비구역 JSA>보다 10배는 많은 고민과 정성을 들여 찍었다.”
서강대 철학과 졸업. 김용태 등과 함께 서강대 커뮤니케이션센터 출신이며 영화평론가로도 알려져 있다. 예술영화, 작가영화로 출발해 장르영화를 거쳐 B급영화, 컬트영화 등 다양한 영화에 애정을 표해온 그는 92년 <달은 해가 꾸는 꿈>으로 데뷔했다.
장르영화의 구조와 관습을 살짝 비튼 이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지만 영화광 출신 감독의 지향을 드러내며 일단의 지지자를 얻는 데 성공했다.
두번째 영화 <3인조>(1997)는 무장강도가 된 두 남자가 자기 아이를 찾으려는 한 여자를 도와주면서 겪는 우습고도 슬픈 이야기다. 김민종, 이경영, 정선경이 주연한 이 영화에서 그는 슬픔이 배어나오는 코미디를 연출한다.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도달할 때마다 웃음이 나오지만 돌이켜보면 그런 현실이 우습지만은 않다. 결국 3인조는 막다른 골목에 도달하고 현실은 그들의 순수한 의도를 배반한다. / 영화감독사전, 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