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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라펠슨 (Bob Rafelson)

1933-02-21

참여작품 평점평균

씨네21--

/

네티즌6.8

기본정보

  • 다른 이름Robert Rafelson
  • 직업감독
  • 생년월일1933-02-21
  • 성별

소개

보브 라펠슨은 거장은 아니지만 미국영화계의 아주 특이한 존재다. 라펠슨은 70년대 뉴아메리칸 시네마의 한자락을 부여잡고 있으면서 주류 사회 변방에 자리한 인물군상과 번듯한 외형 속에서 망가져가는 미국인들의 초상을 담는 데 뛰어난 감각을 보여줬으며 평생 차가운 지성으로 사회와 인물을 응시하는 독특한 작품세계를 펼쳤다. 35년 뉴욕에서 태어난 라펠슨은 청춘기를 미국과 유럽에서 유랑하는 것으로 보냈다. 대학에 들어가 철학과목을 수강했으나 낙제하고 학교를 그만뒀으며 텔레비전 각본작가, 제작자로 경력을 쌓으면서 팝그룹 몽키스가 나오는 텔레비전 시리즈를 66년에서 68년까지 연출하기도 했다. 라펠슨의 장편영화 데뷔작은 <헤드 Head>(1968)로, 역시 몽키스가 주연으로 나오며 초현실적인 분위기의 종잡을 수 없는 풍자정신으로 몽키스와 같은 대중문화의 우상이 시장에서 창조되고 소비되는 과정을 다뤘다. 라펠슨의 두번째 영화 <파이브 이지 피시스 Five Easy Pieces>(1970)는 베트남전쟁과 히피문화의 득세로 미국사회가 요동하던 60년대의 끝을 표현하면서 70년대 미국청년문화의 환멸 가득한 분위기를 잘 잡아냈다. 이것은 데니스 호퍼의 <이지 라이더>에서 예언했던 시대정신이기도 했다. <이지 라이더>의 주인공들이 마약에 빠진 20대 초반의 아웃사이더들이었다면 잭 니콜슨이 연기하는 <파이브 이지 피시스>의 주인공 보비 듀피어는 20대 후반의 젊은이다. 좋은 가문 출신인 그는 자신의 출신성분을 혐오한 나머지 클래식 음악가의 전도양양한 미래를 포기하고 남부의 한 석유 채취장에서 노동자로 일하며 살아간다. 보비는 이 일을 통해 자신의 새로운 정체성을 찾기 위해 애쓰지만 분명한 건 그가 진정한 석유 노동자가 못된다는 것이다. 보비는 아버지가 뇌일혈로 고통받으며 식물인간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귀향하지만 형은 여전히 정이라고는 조금도 가지 않는 꽉 막힌 클래식 음악인이고 병약한 아버지는 아직도 독재자이며 누이는 가족의 부르주아적인 삶의 가치를 아무 생각없이 추종하며 살고 있다. 보비의 가족은 보비가 벗어나기 위해 그렇게 몸부림치던 바로 그 기성사회다. 이판사판의 심정이 된 보비는 형의 약혼자인 캐서린 반 오스트를 유혹한 후 다시 자기파괴적인 여행을 떠난다. 미국사회 내의 문화적 가치의 충돌과 젊은 세대의 기성세대에 대한 염증을 담은 <파이브 이지 피시스>는 부르주아 가정의 가치와 무정부주의적인 노동자 급의 삶 사이에서 찢겨나간 외로운 젊은이의 초상을 통해 실패, 자기연민, 무기력한 반항심 등을 건조하게 응시한 희귀한 미국영화다. 라펠슨의 세번째 영화인 <마빈 가든스의 왕 The King of Marvin Gardens>(1972)은 미국 애틀랜틱을 배경으로, 우울한 성품의 심야 라디오 DJ와 건달 형제가 도박으로 한몫잡으려 애쓰는 이야기를 통해 미국사회와 미국의 가족 가치를 전작보다 더 통렬하게 비판했다. 이런 취향 때문에 라펠슨은 할리우드에서 자리잡기가 쉽지 않았다. 미스터 유니버스였던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출연한 <스테이 헝그리 Stay Hungry>(1976)를 만들고 난 후 라펠슨은 할리우드에서 ‘어려운’ 감독으로 소문이 났다. 79년 감옥영화인 <브루베이커>를 연출하던 라펠슨은 스튜디오의 수뇌부와 싸운 후 촬영현장에서 해고당했다. 휘청거리던 라펠슨의 경력에 숨통을 터준 영화는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The Postman Always Rings Twice>(1981)였다. 제임스 M. 케인의 하드보일드 고전을 네번째로 만든 이 영화는 대공황기를 배경으로 부랑자 프랭크 챔버스와 ‘포크로 으깨고 싶은’ 입술을 지닌 바람기 많은 유부녀 코라의 불륜과 치정을 담았다. 잉마르 베리만의 촬영감독이었던 벤 니크비스트가 촬영한 딱딱한 질감의 화면으로 기존사회의 윤리가 요구하는 속박, 경제적 구속에서 벗어나려 하는 몸부림을 관능적이고 끈적끈적한 분위기로 화면에 연출한 영화였는데, 한편으로는 관습적인 스릴러영화와 예술영화 스타일 사이에서 치명적인 궁지에 몰린 영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80년대 이후 라펠슨의 영화는 필름누아르 스릴러 장르에 속하는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와 86년 작품 <블랙 위도우 Black Widow>(1986)를 빼면 라펠슨의 개인적 취향을 드러내는 것이 많았다. <파이브 이지 피시스> <마빈 가든스의 왕>을 잇는 보브 라펠슨의 미국 가족 3부작의 완결편인 <맨 트러블 Man Trouble>(1992) 등의 라펠슨 후기작은 전성기에 비해 다소 기운이 떨어진 흔적을 보여준다. 그러나 <블러드 앤 와인 Blood and Wine>(1996)에서 알 수 있듯 조금도 퇴색하지 않은 미국사회에 대한 라펠슨의 풍자와 비판정신은 여전히 왕성하다. 라펠슨은 어떤 스타일의 영화를 찍어도 좌절한 낙오자들의 정서를 담아내는 최고의 재능을 보여준다. 라펠슨 영화에는 인물성격 창조, 분위기 창조, 삶의 세부에 대한 자세한 관찰로 보는 사람의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있었다. 그는 미국영화계 <b><font size=4><FONT COLOR="666666">[씨네21 영화감독사전]</font></b>
희귀한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