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쥑이라. 마 빨리 끝내거래이.” <男子 태어나다>의 막바지 촬영이 한창인 경남 통영의 충무체육관은 300여명의 엑스트라들이 뿜어내는 환호와 열기로 가득 차 마치 실제 권투경기를 방불케 한다. 오늘 촬영분은 대성(정준)이 아마추어복싱 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난적을 만나 고군분투하는 장면이다. 아침부터 저녁 8시를 넘겨 촬영이 끝날 때까지 3대의 카메라는 쉬지 않고 배우들이 흘리는 땀방울과 거친 숨소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링 안팎을 종횡무진 누비며 바삐 돌아갔다. 처음엔 엑스트라들의 농담에 장단도 맞춰가며 여유있게 연기하던 정준은 시간이 흐를수록 지친 듯 보였지만 끝까지 대성의 투혼을 글러브에 실어 날려보냈다. 실제로 영화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권투장면을 위해 배우들은 전직 세계챔피언인 홍수환에게 3개월간 훈련을 받기도 했는데 고된 훈련 덕분에 오히려 실전이 더 쉽다고 말할 정도였다.
지도에조차 나오지 않는 작은 섬 ‘마이도’는 섬 역사상 대학 졸업자가 한명도 없는 마을이다. 이에 한이 맺힌 마을 최고령 할아버지의 유언, “대학가는 놈 하나라도 맹글어라!”에서 영화 <男子 태어나다>는 시작된다. 섬에서 대학을 갈 만한 사람은 바로 대성과 만구(홍경인), 해삼(여현수) 단 세명뿐. 이들은 공부로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해서 권투 특기생으로 대학을 가기로 결심. 그날부터 세 삼총사는 왕코치(이원종)로부터 피나는 맹훈련을 받는다.
경남 통영과 삼천포 소매물도를 돌며 4개월여 동안 촬영을 마친 <男子 태어나다>는 <천사몽>에 이은 박희준 감독의 두번째 작품이며 (주)트윈엔터테인먼트의 창립작으로 8월 말 개봉을 앞두고 후반작업에 심혈에 기울이고 있다. 통영=글·사진 오계옥
사진설명
1. 마을 주민들의 열띤 응원에도 불구하고 상대편 선수 앞에 무릎을 꿇은 대성. 하지만 이제는 대학보다 첫눈에 반한 사랑(김사랑)에게 ‘진정한 남자’를 보여주기 위해 이 경기를 이겨야만 한다.
2. 파죽지세로 예선전을 통과해 드디어 대망의 결승전에 오른 대성은 있는 힘껏 주먹을 날려보지만 상대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3. 링 위만을 밝힌 30여개의 탑조명으로 밝은 중앙 링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두워 보이는 관객석은 적은 엑스트라만으로도 많게 보이는 경제적인 효과가 있다.
4. 한컷이 끝날 때마다 배우들과 감독은 모니터를 보며 자연스럽게 촬영이 되었는지를 꼼꼼하게 확인한다.
5. 전작 <천사몽> 이후에 두 번째로 메가폰을 잡은 박희준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순수했던 우리의 지난 시절을 돌이켜볼 수 있었으면 한다고.
6. 라운드에 쓰러진 대성을 위해 안타깝게 “일어나라”를 외치고 있는 만구와 해삼. 홍경인과 여현수는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1980년대라 단발머리와 촌티패션으로 무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