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시30분 올라탔던 그 작은 버스가 혹시 타임머신이었던가? 이른 새벽 서울에서 출발한 버스가 몇 시간 뒤 취재진을 내려놓은 공터는 1900년대 초반의 어느 시골마을이었다. 초가지붕 아래 삼삼오오 모여 있는 집들, ‘음매∼음매’ 댕기머리 소년소녀들이 나뭇가지로 등을 간질 때마다 들려오는 소 울음소리, 비단옷을 입고 배트를 잡고, 상투를 틀고 한복 입은 양반의 발에는 신식 구두가 빛나는가 하면 세일러복으로 차려입은 신여성이 선교사와 영어로 대화하는 낯선 풍경. 모든 것이 뒤섞인 채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이곳은 100년 전 대한민국 최초의 야구단 이야기, <YMCA야구단>의 촬영지인 안동 하회마을이다.
야구에 ‘야’자도 모르던, 아니 ‘뻬쓰볼’의 ‘뻬’자도 모르던 다양한 출신성분의 선수들을 모아놓은 신여성 민정림(김혜수)이 선교사 질레트의 도움을 받아 야구를 가르치는 현장. 룰을 모르는 선수들은 1루가 아닌 3루로 바로 뛰어가기도 하고, 잡히기 싫어서 나무로 냅다 기어오르는 등 문제가 만만치 않다. 그러나 이들은 피나는 연습과 좌충우돌 끝에 일본팀을 무찌르는 조선 최강의 야구단으로 태어난다. 또한 이 과정 속에는 글공부보다는 운동이 좋아 야구단에 뛰어든 선비 이호창(송강호)과 동경유학생 투수 오대현(김주혁)의 팽팽한 긴장뿐 아니라 민영환의 딸로 등장하는 민정림간의 묘한 삼각관계도 피어난다.
밀집으로 만든 글러브, 하회탈 마스크, 절구공이 배트 등 철저한 자료조사를 통해 등장하는 그때 그 시절 소품들이 다채롭게 전시될 뿐 아니라 민정림 역의 김혜수는 곱게 빗은 신식 파마머리에 총 12벌의 아름다운 의상을 선보인다. 올해 가을 개봉예정. 글 백은하 [email protected]·사진 손홍주 [email protected]
사진설명
1. 한컷이 끝나면, 어떤 현장보다 큰 모니터에 어떤 현장보다 많은 배우들이 모여든다.
2. 운동밖에 모르는 중견수 호창(송강호)과 신식문물을 깨치고 들어온 신여성 민정림 사이에는 묘한 감정이 싹튼다.
3. "아, 공이 작아졌다" 담장 넘어 날아간 축구공 대신 날아온 야구공을 보며 신기해하는 호창.
4. 공을 찾아 담을 넘는 광태는 호창의 죽마고우로 우정을 나눈다.
5. 하회탈 마스크에 밀짚 글러브를 낀 포수 광태(황정민), 키만한 절구공이 배트를 준비한 야구단 최고령 맴버 성환(이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