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2만년 전 빙하기의 지구, 살아남기 위한 악다구니만 가득했을 것 같은 그 시대 그곳에도 사랑과 우정, 용서와 화해가 있었다. 나무늘보 시드와 맘모스 매니, 이들 언밸런스 콤비가 남쪽으로 향하는 여행길에서 인간의 어린아이를 발견한다. 그들의 선택은 아기를 무사히 부모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 그러나 멋모르는 인간들은 시드와 매니의 목숨부터 위협하고, 배고픈 호랑이 디에고는 어리숙한 그들에게 덫을 놓는다. 태연자약 시드와 단순무식 매니는 과연 그들의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 것인가.
<아이스 에이지>를 가리켜 <LA타임스>는 “동상 걸린 <슈렉>” 또는 “빙판 위의 <몬스터 주식회사>”라고 소개했다. 시드와 매니의 파란만장한 여행길은 <슈렉>을, 아기 돌려주기 소동은 <몬스터 주식회사>를 연상시킨다는 것. 두편의 애니메이션을 즐긴 관객이라면, <아이스 에이지> 역시 흥미로울 듯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빙하기의 풍경(얼음 속에 갇힌 거대한 매머드의 그 섬뜩하고 안쓰러운 이미지)을 일거에 무너뜨린 시도나, 그 시절 언어를 미처 습득하지 못한 쪽은 동물이 아니라 인간이었다는 설정도 이채롭다.
단편애니메이션 <바니>로 오스카를 수상한 크리스 웨지가 빚어낸 영상은 훌륭하다. 조화로운 색상과 생생한 질감, 캐릭터의 개성과 숨결이 느껴지는 섬세한 표정과 몸짓까지, 진일보한 CG 테크놀로지를 실감케 한다. <아이스 에이지>는 지난 3월 미국에서 개봉해 1억6천만달러를 벌어들이며 선전하고 있다. 박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