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net of the Apes 2001: Special Edition 2001년, 감독 팀 버튼 자막 영어, 한국어, 베이징어, 대만어, 타이어 오디오 돌비 디지털 5.1, DTS 화면포맷 아나모픽 2.35:1 지역코드 3 출시사 20세기폭스
<혹성탈출> 시리즈 중에서도 첫번째 작품은 반전의 맛이 일품인 걸작으로 꼽힌다. 부서진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 무너지던 찰턴 헤스턴의 절망적인 표정과 함께, 일순간에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것 같은 극단을 경험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 잔상 때문인지 팀 버튼 감독이 <혹성탈출>을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상당한 강도의 독창적인 반전을 다시 한번 기대했다. 그러나 결과는 뫼비우스의 띠를 한번 더 꼰 것처럼 시공간을 멋지게 뒤틀려고 노력은 했으나, 설명불가능에 어색함까지 더해진 엔딩뿐이었다. 물론 팀 버튼의 팬으로서 주변에서 쏟아지는 ‘뭐냐, 저거. 말이 안 되잖아!’식 공격에 이리저리 궁색한 옹호론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속으로는 ‘DVD 출시 때 마지막 장면에 대한 추가설명이 없으면 정말 가만두지 않겠어…’라며 분을 삭이고 있었다.
마침내 들려온 <혹성탈출> DVD에 감독의 음성해설이 포함되어 있다는 소식은 너무나도 반가웠다. 비록 음성해설 부분만 한글자막 서비스가 안 되는 것에 당황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뭔가 결정적인 실마리를 제공해주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팀 버튼의 영어 해설에 귀를 쫑긋 세웠다. 그러나 팀 버튼은 “그저 놀라운 엔딩을 만들고 싶었을 뿐이다. 나도 더이상의 설명은 불가능하다”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그야말로 두번 배신당한 격.
기대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이렇듯 어이없는 결과를 접했지만, <혹성탈출> S.E는 서플먼트의 양이나 질적인 면에서 최근에 출시된 DVD들 중 단연 앞서간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디스크 1에 수록되어 있는 ‘Enhanced viewing mode’ 기능은, 영화를 보는 중간에 별도의 작은 화면이 뜨는 Picture-in-picture 기법을 활용하여, 배우나 제작진이 해당장면에 대한 해설을 바로 덧붙여주거나 제작에 사용된 세트를 보여주며 추가 설명을 해주고 있어 현장감이 극대화된다. 또한 디스크 2에 가득 들어 있는 각양각색의 서플먼트들도 압권이다. ‘Simian Academy’라는 서플먼트를 예로 들자면, 영화 속에서는 두터운 분장에 가려 누가 누군지도 모르고 그저 봤던 배우들이 원숭이 연기를 연습하는 과정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는데 그 과정이 아주 인상적이다. 보통 특수분장 부문이 부각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보다는 배우들이 어떻게 원숭이의 동작을 훈련했는지에 대해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장면들을 보다보면 ‘저런 게 배우구나… 아무나 못하지…’ 하는 경외심이 생겨난다.
이렇게 개인적인 성과(?)는 못 얻었지만, <혹성탈출> S.E의 차별화된 서플먼트들은 자유분방하면서도 확실한 스타일이 살아 있어 보는 재미가 상당하다고 하겠다. 김소연/ DVD 칼럼니스트 [email protected]▶ <혹성탈출>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