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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 촬영현장
2002-04-03

친구의 애인에 꽃혔다!

“야! 이런 배 한번 타봤으면 정말 좋겠다.” 이요원(하영 역)은 인천공항에 막 내린 신하균(정우 역)을 영종도 을왕리 해수욕장 옆 선착장으로 끌고 왔다. 친구의 애인인 신하균을, 친구가 부모로부터 결혼승낙을 받아내기까지 12시간 동안 붙잡고 다니며 시간을 끌어야 한다. 그런 사정을 모르는 신하균은 자꾸만 서울로 가자고 하고, 이요원은 꾀를 내 신하균이 배를 타도록 유도한다. 친구를 위한 일인데, 이걸 어째. 처음 본 친구의 애인이 마음을 끈다.

이요원의 대사를 듣고 관객이 ‘야! 나도 저런 경우에 한번 빠져봤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 이날 촬영은 성공인 셈이다. 선남선녀가 서로 어떻게 해보려는 ‘불순한’ 의도가 없는데도 어쩔 수 없이 단둘이 붙어 다녀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상대방에게 털어놓지 못할 사정이 있어서 오해를 낳고 오해가 예기치 않았던 설렘을 유발하면서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킨다.

<서프라이즈>는 로맨틱코미디의 공식을 끌어와 안전하게 출발한다. 남녀주인공이 밉게 보이지 않아야 하는 건 이런 영화의 기본이다. 많이 마른 이요원의 신경질적인 표정이 신하균 면전에서 부리는 애교스런 웃음 사이에 간간이 섞이면서 이 인물에 개성을 준다. 부잣집 딸인 친구와 달리 이요원의 직업은 미용사로, 서민층의 편의식을 부추길 요건을 갖췄다. 항상 어딘가 모자라는 인물로 출연해온 신하균은 처음으로 멀쩡한 남자 역을 맡아 쿨한 표정을 짓는다. 직업도 미국 컴퓨터회사에 다니는 프로그래머이다.

제목처럼 예기치 않은 반전도 마련해놓았다. 12시간이 지나고 친구가 마련한 파티장에 이요원과 신하균이 등장할 때, 영화는 관객에게 ‘서프라이즈!’라고 외친다. 이제 관건은 대사의 맛과 캐릭터의 질감이 살아나느냐일 듯. <부처를 닮은 남자>(1996), <어디 갔다 왔니?>(1999) 등 단편에서 이 영화로 장편 데뷔하는 김진성(38) 감독은 “등장인물이 다 착한 사람들이다, 거기에 맞게 풋풋한 느낌을 살려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4월 초 촬영을 마치고 6월 중 개봉할 예정이다. 사진 손홍주·글 임범

사진설명

1. 결혼할 남자친구를 위해 파티를 마련해놓고 기다리는 미령(김민희). 남자친구를 하영(이요원)에게 반나절 동안 맡겨놓은 게 못내 불안하다.

2. 마침내 파티장에 나타난 정우(신하균). “서프라이즈” 하는 환성과 함께 폭죽이 터지고 보니 어! 이게 어찌된 일일까?

3. “빨리 가죠.” 차갑게 말하는 정우를 하영이 노려보며 뇌까린다. “난들 좋아서 이러는 줄 알아?”

4. “전에 만든 단편과는 다른 분위기지만, 그래서 더 의욕이 납니다.” 김진성 감독은 순한 인상처럼 조용조용하게 촬영현장을 지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