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색 국방대학원 앞에 있는 철거 직전의 한 폐공장. 골격과 지붕만 유지한 채 간신히 서 있는 이 공장 건물은 보기만 해도 영화를 찍고 싶은 충동이 느껴지는 곳으로 영화판에서는 이미 유명한 장소다. 그동안 영화 <싸이렌> <엽기적인 그녀> 등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덕분에 충무로 스탭들로부터 제2의 양수리 종합촬영소로 불리기도.
3월 중순, 이곳에서 <뚫어야 산다> 프롤로그 촬영이 있었다. 극중 경찰인 박예진, 권용운, 김진만이 연극배우 장두이가 분한 전설적인 도적왕 일당과 한바탕 격투를 벌이는 신으로 폐공장 분위기에 딱 맞는 액션 신이다. 그동안 갈고 닦은 발차기 솜씨를 선보인 박예진은 새내기 강력계 형사로 극중 아버지인 고참경찰 장용(양택조)의 딸 윤아로 나온다. 이날 촬영은 윤아와 그의 팀의 활약상을 보여주는 장면, 도둑 패거리와의 격렬한 격투장면이다. “몸이 마음대로 안 따라줄 때와 소리지르는 장면이 제일 힘들어요.” 이마에 맺힌 땀도 마르기 전에 이어지는 촬영 때문에 녹초가 된 박예진은 처음 해보는 액션연기가 어색해보이지 않을까 걱정하는 눈치다. 경찰과 도둑집안의 2대에 걸친 대결구도가 이 영화의 핵심 줄거리로 대한민국 최고의 도둑 진희(전무송)와 그의 아들 우진(박광현)과의 승부가 컴퓨터게임의 가상현실과 어우러져 좌충우돌 펼쳐진다.
<액체들> <완전변태> <챠오> 등 단편들로 주목을 받아온 고은기 감독의 첫 장편이다. 마치 70년대 군밤장수를 연상시키는 차림에 달동네 개구쟁이 같은 인상을 주는 감독에게 작품소개를 부탁하자 “코믹액션 판타스틱 벤처영화죠. 왜 벤처냐고요? 컴퓨터가 나오니까요”라고 천연덕스럽게 대답. 현재 60%가량 촬영을 마쳤고, 개봉은 5월 중순 예정이다. 사진·글 정진환
사진설명
1. 촬영장소인 폐공장. 스모그 하나만으로도 훌륭한 그림이 나온다.
2. 윤아가 수갑을 돌리는 장면에서 계속 NG가 나자 감독이 직접 시범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감독 역시….
3. 게스트로 도적왕으로 분한 연극배우 장두이. 표정과 복장만으로도 웃음을 머금게 했다.
4. 경찰과 도둑을 아버지로 둔 윤아와 우진. 그러나 그들은 앙숙이었던 아버지들과 달리 사랑에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