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아래층을 들춰보는 여행
유독 ‘되감기 버튼’이 발달한 사람이 있다. <씨네21>의 이화정 기자는 오래된 것, 낡은 것, 사라진 것을 감식하는 게 취미이자 특기인 사람이다. 그의 여행 리스트에는 항상, 지난 풍경이 함께한다. 여행 에세이 <언젠가 시간이 되는 것들>(북노마드 펴냄)은 그 사소하고도 집요한 흔적의 기록이다. <북호텔>의 배경이 된 파리의 생 마르탱 운하, <일 포스티노>의 낭만을 간직한 이탈리아 프로치다 섬, <비정성시>의 아픔이 내재된 대만의 지우펀, 도시 전체가 과거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폴란드의 바르샤바 등 필자가 플레이 버튼을 돌려 재생한 세계 곳곳 도시들의 이야기가 직접 찍은 필름 사진과 함께 수록되었다.
식물을 전시합니다
초록빛 신록을 눈에 담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에 ‘식물’을 주제로 한 기획전이 열린다. 서울시립미술관과 금천구가 함께 <SeMA Collection: 식물채집_Botanicals展>을 연다. 5월25일부터 6월11일까지 금나래아트홀 갤러리에서 진행된다. 식물 그 자체를 다루거나, 식물의 속성을 작가적 독창성으로 풀어낸 작품들 총 17점이 전시된다. 회화, 판화, 사진, 조각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다. 전시를 따라가다보면 눈은 물론이고 마음까지 편안해질 것이다.
아름다운 시, 아름다운 책
출판사 민음사가 50주년을 기념하며 시리즈 ‘세계시인선’의 리뉴얼판을 발간한다. 서양 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호라티우스의 라틴어 서정시를 최초로 완역한 <카르페 디엠>, <소박함의 지혜>와 함께 프랑수아 비용, 찰스 부코스키, 베르톨트 브레히트, 어니스트 헤밍웨이, 김수영, 스테판 말라르메 등 열네 작가의 시선에 아름다운 디자인을 입혔다. 시리즈에는 시인 안도현이 백석의 시집을 엮고, 보들레르의 <악의 꽃>을 문학평론가 황현산이 번역한 책도 포함됐다.
아랍영화에 한발 가까이
서울과 부산에서 아랍의 정취를 느껴보자. 제5회 아랍영화제가 서울(아트하우스 모모), 부산(영화의전당)에서 5월26일부터 6월1일까지 열린다. 아랍영화제는 아랍권 국가의 대표작 15편을 선정해 상영하는 비경쟁국제영화제로, 아랍의 신작 영화를 소개하는 ‘아라비안 웨이브’, 거장 감독을 집중 조명하는 ‘아랍 필름마스터’, 오늘의 아랍 여성을 주제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는 ‘포커스 2016’ 등 세 섹션으로 구성돼 있다. 올해의 아랍필름마스터인 알제리의 거장 메르작 알루아슈 감독과 함께하는 마스터클래스와 개막작 <나와라의 선물>의 할라 카릴 감독과의 GV 시간도 준비되어 있으니 놓치지 말자.
브리티시 록의 어떤 정점
영국의 국민밴드 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의 명반 《Everything Must Go》 20주년 기념판이 발매됐다. 이번 에디션은 보컬 제임스 딘 브래드필드가 직접 참여한 리마스터링 음원과 함께, 《Everything Live》라는 비디오로 나왔던 1997년 나이넥스 아레나에서의 라이브 음원이 담겼다. 앨범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디럭스 박스세트를 권한다. 앞선 구성과 더불어 180g LP와 라이브 실황, 다큐멘터리 <Freed From Memories>, 뮤직비디오가 포함된 2장의 DVD, 그리고 40페이지 책자 등이 빼곡하게 담겼다.
‘가수’ 임태경
뮤지컬 배우로 더 널리 이름을 알린 임태경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가수 활동을 예고하며 단독공연 <그대의 계절>을 진행해왔다. 10월부터 이어진 전국투어 콘서트가 6월4일, 5일 양일간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서울 앙코르 공연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미니앨범 《순수의 시대》의 노래들은 물론 그간 임태경이 음반으로, 무대에서 선보인 레퍼토리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