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바람은 여전했지만 봄볕이 고개를 들이민 여의도 국회 도서관 앞에서는 <질투는 나의 힘>(감독 박찬옥, 제작 청년필름) 촬영이 한창이었다. 매력적인 유부남(문성근)에게 옛 애인을 뺏긴 것도 모자라 새 애인(배종옥)마저 뺏겨버릴 상황에 처한 이원상이라는 젊은 남자의 이야기인 <질투는 나의 힘>은 어쩌면 이 변화의 계절이 띠는 모호함과 어울리는 영화일는지 모르겠다. 사회와 학교의 중간에 애매하게 걸쳐 있는 스물일곱 대학원생 원상의 계절도 가을인 듯 겨울이고, 겨울인 듯 봄이다. ‘연적’인 한윤식에 대한 감정이 질투인 듯 선망이듯. 이날 촬영에는 특별히 엄선된 예비 관객이 초대되었다. “어머, 박해일은 실물이 훨씬 잘생겼다”, “종옥이 언니 팬이에요”. 미리 조직된 영화팬클럽 ‘질투사랑’ 회원들은 호기심과 기대에 찬 눈으로 추위 속에서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촬영장을 떠나지 않았다.
강남역 근처 사무실에서 진행된 몇주 뒤 촬영에는 문성근의 모습이 보인다. ‘이 시대 마지막 로맨티스트’임을 자처하는 출판사 편집장 한윤식은 얄밉지만 귀여운 구석을 가진 남자. “순간순간 불조심, 그럼 순간과 순간 사이에는 불조심 안 해도 된다는 거야?….”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불조심 포스터를 보던 한윤식이 썰렁한 농담을 던진다. 대본에 있냐고? 물론, 문성근의 현장 애드리브다. 오묘하면서도 귀여운 유머를 가진 영화 <질투는 나의 힘>은 오는 가을쯤 그 힘을 관객에게 보여줄 예정이다. 사진 이혜정 정진환·글 백은하
사진 설명
1.2. 지난 가을부터 시작된 촬영이 어느덧 막바지에 이르렀다. 조금만 더 힘을 내자구!
3. “박성연, 이 여자 너무 재밌어요.” 자유분방하고 나이답지 않은 순수함이 귀여운 여자, 수의사이자 사진작가로 일하는 박성연이 5년 만에 스크린 나들이를 하는 배종옥이 맡은 역할. 이번 영화 때문에 처음 담배를 배웠던 배종옥은 요즘엔 거의 골초 수준으로 담배가 늘었다. “뭔가 안 하면서 하는 척하는 거, 좀 그렇더라고.” 4. “이거 누구 줄 거예요?” 박찬옥 감독은 촬영 틈틈이 뜨개질에 열심이다. “마음을 안정시켜주고 잡념을 사라지게 한다”는 것이 그 이유. 촬영 막바지에 이르면서 목도리의 주인이 누가 될 것인가, 는 것이 모든 스탭들의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