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공항이 멀지 않은 인근의 폐공장. 검은 교복 차림의 조금은 나이들어보이는 학생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으르렁거리기 시작한다. 이어서 강풍기가 톱밥과 먼지를 동반한 바람을 뿜기 시작하고 호흡을 고르고 있던 학생들은 “웃지 말고 레디∼ 액션!” 소리와 동시에 순식간에 한 덩어리가 되어 주먹이 오가는 패싸움을 시작한다. “컷.” 감독의 외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몸을 던져 싸움에 몰입한 학생들이 다른 스탭들의 외침을 듣고서야 몸을 털며 일어난다.
4명의 고교 동창들이 건달로 살아가며 그들의 세계를 그리게 될 코믹갱스터영화 의 촬영현장이다. 무식함에 고집까지 세고 오륜기를 아우디 차에 달고 다녀서 아우디(허준호)라 불리는 첫 번째 발가락. 단순, 무식, 과격의 대명사로 그랜져 승용차 중에서도 각진 그랜져만을 고집해 각그랜져(박준규)로 불리는 두 번째 발가락. 주먹의 달인으로 하얏트(HYATT)호텔을 해태호텔로 착각하고 있어 해태(이원종)라 불리는 세 번째 발가락. 주먹과 머리 모두를 겸비하고 얼굴에 난 상처가 르까프 모양이라 르까프(이창훈)라 불리는 네 번째 발가락. 이들 들 사이에 학내의 패권을 두고 한판 대결이 벌어지고 이 싸움을 계기로 영원한 라이벌 관계와 우정이 시작된다.
<돈을 갖고 튀어라>와 <똑바로 살아라> 등의 시나리오 작가 출신으로 이 영화를 위해 직접 조직에 들어가 그들만의 이야기를 쓴 계윤식 감독은 “주인공들은 모두 실존 인물들이고 그래서 더욱더 사실에 근접한 갱스터들의 삶을 표현하고 싶다.”며 먼지가 가득한 현장을 지휘한다. 현재 60% 이상의 촬영을 마친 영화 은 5월 초 진짜 직업인(?)으로 살아가는 갱스터들의 모습을 사실감 넘치는 웃음에 실어 관객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사진·글 손홍주
사진설명
1. 강한 직업의식으로 사는 절대 프로 갱스터 첫 번째 발가락 아우디는 나중에 양복은 물론 팬티까지 유명 상표로 도배하는 고집불통.
2. 무식해도 나만큼만 하면 갱스터가 된다는 두 번째 발가락 각그랜져는 한글을 모를 정도로 무식하지만 한글 사랑이 남다른 독특한 애국자로 그 앞에서 외래어는 곧 죽음.
3. 나중에 친구 아우디 대신에 옥살이를 할 정도로 의리 넘치는 보기 힘든 갱스터인 세 번째 발가락 해태는 왼손이 오른손보다 한배 반 정도 커 스치기만 해도 중상.
4. 4인방 중 유일하게 대학을 나온 엘리트 갱스터가 될 네 번째 발가락 르까프는 명석함과 빠른 판단력을 가지고 매사에 철두철미한 성격으로 일을 처리하고 물건과 여자 다루는 기술이 최고.
5. 강풍기에 섞여서 현장에 뿌려지는 톱밥과 먼지, 그리고 배우들의 액션연기로 촬영이 끝나면 온통 톱밥천지.
6. 은 “미화된 시각과 비장미, 코미디언 같은 그들의 모습을 거둔 채 그들의 진짜 모습을 다루고 싶다”는 계윤식(왼쪽) 감독의 데뷔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