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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x cross] 추운 나라에서 온 ‘록스타-소설가’

노르웨이 국민작가 요 네스뵈

소설 주인공과 소설가를 일치시켜 상상하는 일은 열렬한 독자의 즐거운 망상이자 대개 끝이 비극적인 드라마다. 소설가의 프로필 사진은 그가 쓴 이야기보다 더 큰 허구의 산물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스릴러 소설 <스노우맨>을 쓴 노르웨이의 소설가 요 네스뵈와 그가 창조한 시리즈의 주인공 해리 홀레에 대해서라면 다시 한번 희망을 걸어봐도 좋다. 경찰 해리 홀레는 이야기가 거듭될수록 부상을 입으며 비극의 핵심이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섹시한 캐릭터이다. 그리고 작가 요 네스뵈는 축구 선수, 경제학자, 저널리스트, 록밴드 멤버이자 싱어송라이터, 소설가라는 직업을 거쳤고 유튜브에서 그의 밴드 디 데레(di derre, ‘그 녀석들’이라는 노르웨이어)의 열광적인 공연 실황을 만날 수 있다. 록스타-소설가인 셈이다. 또한 프로필 사진과 실물이 크게 다르지 않다, 주인공 해리보다 키는 좀 작지만.

-여러 도시를 여행하고, 그 경험을 작품에 반영하기를 즐기는 것 같다. 최근 한국에서 번역 출간된 해리 홀레 시리즈 첫 책 <박쥐>의 시드니, <레오파드>의 홍콩을 비롯한 도시들에 대한 묘사가 자세하고 꼼꼼하다. =홍콩에 갈 때는 책을 쓰기 위해 자료조사차 갔다. 같은 이유로 방콕에도 머물렀고. 하지만 첫 소설 <박쥐>의 무대가 된 시드니의 경우는 그때 내가 그곳에 있었기 때문에 무대로 삼은 셈이 되었다. 서울에서 따로 자료조사는 하지 않고 있지만, 언젠가 내 책에 서울이 등장한다 해도 놀랄 일은 아니다. 서울에서도 일정 사이사이에 계속 소설을 쓰고 있다.

-외국 도시들과 오슬로를 비교했을 때는 어떤가. 오슬로는 당신의 많은 소설 속 무대가 될뿐더러당신이 살고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때로는 해리 홀레라는 남자 자체가 오슬로라는 도시가 화한캐릭터 같기도 하다. =오슬로는 내 책에 등장하는 많은 도시들에 비하면 규모가 작다. 오슬로는 내 소설 속에서 캐릭터가 된 셈인데, 90% 정도는 현실의 오슬로 그대로지만 실제보다 어둡고 비틀린 묘사가 더 많다. 노르웨이에서 1년 동안 살해당하는 사람보다 내 책 한권에서 죽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해리 홀레 시리즈가 10권까지 나왔는데, 시리즈가 될 것을 언제 확신했나. =몰랐다. 처음 쓸 때는 출간될 것이라는 생각도 못했으니까. 세 번째 소설을 쓸 때에서야 해리 홀레가 꽤 오랫동안 나와 함께하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해리 홀레는 시리즈가 계속될수록 바뀌어간다. 그가 점점 어두워지고, 달라지는 것을 독자들이 받아들여주는 것이 좋다. 해리 홀레 이야기에서 비극적 사건은 마치 중력과도 같다. 그러니 필연적으로 해리 역시 비극의 주인공이 될 수밖에.

-해리에게서는 대시엘 해밋이나 레이먼드 챈들러가 쓴 고전적인 하드보일드 탐정물 주인공 특유의 로맨티시즘도 느껴진다. =나는 책을 좋아하긴 했지만 범죄소설을 많이 읽지는 않았다. 페터회(<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정도를 빼면 동시대의 북유럽 범죄소설보다 미국 하드보일드 소설을 더 읽었다. 해밋이나 챈들러보다는 짐 톰슨과 로렌스 블록을 더 많이 읽었다. 내가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었을 때 그 장르가 범죄물이었던 건 우연이었다.

-<네메시스> <스노우맨>과 <레오파드>는 첫 장면부터 압도적이다. 영화를 보는 듯, 편집 잘된 장면이 속도감 있게 뻗어가는 듯한 느낌이 인상적인데. 좋아하는 범죄영화들이 있나. =그렇다. 내가 범죄물을 쓰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범죄소설보다는 범죄영화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고 할 수 있다. 누구나 언급할 만한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나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대부> 시리즈다. <대부> 시리즈를 보고 영향을 받지 않기란 불가능하다. 플롯이 강한 영화들도 좋아한다. <유주얼 서스펙트> 같은. 그런 영화들과 헨리크 입센(<인형의 집>을 쓴 극작가) 사이에 유사성이 있는데, 나 역시 거기에 관심이 있다. 일단 사실적으로 보이는 어떤 것이 제시된다, 진실이 조금씩 드러난다, 그리고 과거의 비밀들이 밝혀진다…. 그런 이야기들이 내게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당신의 이력을 보면 축구 선수, 경제학자, 뮤지션, 소설가 같은 각기 전문성이 있어야 하는 여러 일을 넘나들었다. =나는 기타 좀 친다는 남자들을 많이 알고 있다. 그리고 축구 좀 한다는 남자들도 많이 알고 있다. 그러니 이런 일들을 한다고 해서 내가 특별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다만, 밴드 활동과 글쓰기에는 연관성이 있다. 작사는 글쓰기니까. 그렇게 보면 나는 사실 할 줄 아는 게 하나뿐인 셈이다. 운이 좋은 것 같다. 뭔가를 하면 그만큼 주목을 받았으니까. 나는 재능 있는 축구 선수였다. 하지만 부상은 행운이었다. 19살 때 일이었는데, 대개 재능 있는 축구 선수들은 19살에 경력의 정점을 찍고 그 뒤에는 서서히 사라진다. 경쟁이 치열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게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운이 좋아서 19살 때 부상을 당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해가 갈수록 내가 더욱더 훌륭한 축구 선수였던 것처럼 기억한다. (웃음)

-당신 자신이 뮤지션이기도 하지만, 소설 속에 음악에 대한 이야기도 종종 등장한다. 누군가의 목소리에 대해 말할 때 세풀투라 보컬과 똑같다든가, 로드 스튜어트 같다든가… 이 시리즈나 해리 홀레를 특정 뮤지션이나 노래에 비유한다면. =로스 로보스의 노래 <Will the Wolf Surv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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