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
1979년 감독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출연 마틴 신, 말론 브랜도
코폴라에게 전쟁은 광기와 비이성의 카니발이다. 도어즈의 노래 <종말>이 헬기 프로펠러의 움직임과 네이팜탄의 이미지에 겹쳐지는 오프닝부터 침울한 분위기로 일관하는 이 영화는 베트남전의 정치적 혼란과 도덕적 타락을 아편향기에 취한 듯 몽환적으로 보여준다. 지난해 나온 <리덕스>에서 그것은 좀더 강력한 이미지가 됐다. 추가된 49분에서 영화는 유머와 정치적 배경과 철학적 통찰을 덧붙였고 그로 인해 한 시대에 대한 메타포로서 영원한 생명을 얻었다.
■ 플래툰
1986년 감독 올리버 스톤 출연 찰리 신, 윌렘 데포
올리버 스톤에겐 다른 전쟁이 아니라 베트남전이 문제이다. 대학을 중퇴하고 새로운 세계를 접하기위해 입대했던 스톤은 그곳에서 혼란과 범죄가 뻗어나온 뿌리를 발견한다. 그는 “적은 우리 내부에 있었다”고 말한다. 영화에서 내부의 적은 번스와 라이어스의 대립으로 표현된다. 내부에 존재하는 반목과 대립, 선악투쟁에서 악은 여러 차례 승리를 거둔다. 미군이 베트남 양민을 학살하는 장면 역시 미국의 양심고백이라기보다 전쟁은 늘 악의 편에 서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키는 대목이다.
■ 풀 메탈 자켓
1987년 감독 스탠리 큐브릭 출연 매튜 모딘, 빈센트 도노프리오
스탠리 큐브릭에게 전쟁은 인간을 파괴하고 그들의 나약함을 보여주는 극한 상황이다. 전반부 훈련소 장면에서 고문관이던 신병이 살인기계로 변모하는 과정은 시스템에 대한 고발이다. 그가 기계적인 정확성을 높여갈수록 그의 인간성은 벗겨지고 결국 자기 입에 총구를 들이밀어 머리를 터트리는 상황으로 치닫는다. 그러나 뒤처진 인간에게 경멸의 시선을 보내던 그들은 막상 전장에서 비겁해진다. 군사학교라는 시스템을 통과하며 그들은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비굴한 인간으로 다듬어진 것이다.
■ 라이언 일병 구하기
1998년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톰 행크스, 에드워드 번즈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전쟁은 어린 시절 그를 매혹시켰던 흥미로운 동화였다. 실제로 소년 스필버그는 동네 친구들을 모아 편을 갈라 가짜 총을 들고 싸우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고 비행기에 올라탄 소년 조종사의 모습과 2차대전 기록영화필름을 편집해 비행기 폭격장면을 찍기도 했다. 병정놀이의 즐거움은 소수의 영웅들이 중과부적의 적을 무찌르는 데서 극에 달한다. 구로사와 아키라의 를 연상시키는 마지막 전투장면은 그같은 쾌감의 극단을 보여준다.
■ 씬 레드 라인
1998년 감독 테렌스 맬릭 출연 숀 펜, 짐 카비젤
테렌스 맬릭에게 전쟁은 완벽한 자연의 조화를 뒤흔드는 소음이다. 전장의 총소리가 격렬해질수록 한없이 부드러운 여인의 품은, 바람에 밀려 눕는 풀들은 아름답게 느껴진다. 영원히 가닿을 수 없는 이상향을 밀어내는 살육이 벌어지는 동안에도 카메라는 전쟁의 리얼리티에 눈길을 뺏기지 않는다. 전쟁이 아니라 전쟁에 내몰린 개인의 풍경을 시적으로 묘사하는 것이다. 아마도 이처럼 시적 이미지로 가득찬 전쟁영화를 만든 사람은 맬릭이 유일할 것이다.▶ <블랙 호크 다운>, 전쟁영화의 새로운 걸작이 탄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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