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80년대 정서가 좋다. 플라스틱보다는 유리병이 주는 느낌, 팩보다는 병의 선이 더 좋고.“ 74년생답지 않은 늙은 취향을 가진 김동원 감독이 좋아하는 사람들도 일괄적이다. 시인 황인숙, 가수 김광석, 김수철, 인순이, 소설가 김승옥 등. 대학 시절 즐겨 찾았던 장소는 명동 남산골 부근에 있는 장미다방. “다방의 인테리어와 원두커피 블루마운틴이 어우러지는 분위기가 좋다. 이쪽 탁자에서는 돈문제로 목청높여 다투고, 저쪽 탁자에서는 우리 딸이 어쨌는데 말이야 하고…. 남들이 이야기하는 것 가만히 듣는 게 즐겁다.” 감독 데뷔작도 버스 안내양, 달동네, 디스코텍이 등장하는 80년대풍 코미디가 된 건 전혀 우연이 아니다.
서울예대에 진학하기 전인 고2 때 어느날 본 영화가 그의 평생 직업을 정했다. “TV에서 하는 한국영화였다. 제목도 기억이 안 나는데 너무 못 만들었더라. 내가 하면 잘할 텐데…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날 결심했다.” 감독이 되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에 그 길로 담배도 피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해적, 디스코왕 되다>는 졸업작품이었던 26분짜리 단편 를 장편으로 다시 버전업시킨 영화다. 단편으로 만들고 나니 뭔가 부족한 듯 아쉬움이 남아 졸업여행 술자리에서 농담처럼 “다시 해보고 싶은데, 그러면 시간이 길어져서…” 하는 말이 씨가 됐다. 스승인 강한섭 교수가 관심을 가져주었고, 수차례 회의를 거듭하며 “단편영화와 장편 시나리오를 갖추고 있으니 전문제작자를 만나서 진행하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여기까지 왔다.
교복과 사복이 공존하고 두발자율화가 갓 시작된 시대, 부와 빈이 혼재됐던 그 시절을 재현해내기 위해 택한 공간은 난곡 재개발지역. 달동네에서 살아본 적이 없는 김동원 감독에게 그 시절 그 동네를 그리는 건 어쩌면 SF영화 같은 상상력을 요구할지도 모른다. “쌈마이가 좋다. 그 어설픔이. 지루한 건 싫다. 못 참는다”라고 거침없이 말하는 김동원 감독이 빚을 “퍼포먼스 같은 느낌”의 코미디 <해적, 디스코왕이 되다>는 강추위 속에서 난곡에서 달동네 장면 촬영을 강행, 현재 15% 정도 진행된 상태다. 충무로 경력은 봉준호 감독의 <플란다스의 개> 연출부가 전부인 김동원 감독이 <해적, 디스코왕이 되다>에서 바라는 감독으로서의 바람은 확실하게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는 것”이다. 글 위정훈 [email protected]
어떤 영화?
제작사 기획시대 출연 임창정, 양동근, 이정진 촬영중(5월 개봉 예정)
때는 80년대 초. 싸움질로 시간을 보내던 달동네에 살고 있는 세 소년이 있다. 터프하고 귀여운 소년 해적(이정진), 바보스러울 만큼 순둥이인 봉팔(임창정), 못 말리는 뺀질이 성기(양동근)는 달동네를 주름잡는 의리의 삼총사. 어느날 패싸움을 벌인 뒤 으쓱대며 거리를 걷던 해적은 아름다운 소녀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며칠 뒤, 해적과 성기는 학교에 나오지 않는 봉팔의 집을 찾아오는데, 달동네 꼭대기 봉팔의 집에서 해적은 그 소녀가 봉팔의 동생 봉자임을 알게 된다. 그런데 봉팔이 던진 벽력같은 한마디. “울 아부지가 다쳐서 내가 똥을 펐어. 그런데 동생이 술, 술집에… 흑흑” 술집이라니? 분기탱천한 삼총사는 “봉자를 구하자!”며 룸살롱으로 쳐들어가지만, 봉자는 이미 더 무서운 ‘큰형님’이 운영하는 디스코텍으로 넘겨진 상태. 디스코텍의 큰형님은 자신들이 개최하는 디스코 경연대회에서 우승하면 봉자를 내주겠다고 제안을 한다. 주어진 기간은 1주일. 할 줄 아는 건 싸움질밖에 없던 삼총사, 어떻게 디스코를 연마할까?▶ 2002 신인감독 14인 출사표
▶ [2002 신인감독 14인] 의 김현석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아유레디?>의 윤상호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데우스 마키나>의 이현하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해적, 디스코왕 되다>의 김동원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귀여워>의 김수현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라이터를 켜라>의 장항준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명랑만화와 권법소년>(가제)의 조근식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정글쥬스>의 조민호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일단 뛰어!>의 조의석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서프라이즈> 김진성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오버 더 레인보우>의 안진우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연애소설>의 이한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로드무비>의 김인식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의 이종혁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