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용 비주얼은 이제 충분히 노출됐으니까 바꾸는 게 어때?”
“그냥 쭉 밀고 가죠. 대신 카피를 더 센 걸로 바꿔야겠어요. 개봉이 임박했다는 느낌을 줘야 하니까.” 전날 과음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일찌감치 회사를 찾은 청어람의 최용배 대표와 몸살로 밤새 방바닥을 긁다 겨우 나온 시즈엔터테인먼트의 조성원 대표가 <마리이야기> 광고물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는 사이, 야근으로 인해 잠이 덜 깬 모습의 채상병 실장과 양하영 대리가 오전에 잡혀 있는 비상회의에 합류한다.
적어도 현재 확보된 전국 스크린 수 50을 남은 시간 동안 60으로 끌어올려야 하고, 인터넷 마케팅을 중심으로 영화 소개가 좀더 필요하다는 보고가 더해지면서, 두 수장의 신경은 꽤나 날카로워졌다. 특히 최 대표로서는 1월11일 개봉하는 <마리이야기>가 청어람의 첫 번째 배급대행 작품인데다, <두사부일체> <바닐라 스카이> <몬스터 주식회사> 등 기존 상영작들의 굳건한 ‘버티기’와 <반지의 제왕>의 우악스런 ‘들배지기’를 피해 극장가를 정면으로 돌파해야 하는 상황이라 부담이 크다. 또 여기에 개봉일인 11일에 앞서 <나쁜남자> <디 아더스> 등과도 스크린 경쟁을 벌여야 하니 남들 쉰다고 손 풀고 긴장 늦췄다간 낭패보기 일쑤라는 판단에 첫날부터 무리하기로 했다.
하긴 지난 연말이라고 느긋했던 것은 아니었다. 무진장 뛰느라 다들 입술이 다 텄다. 특히 국내 장편 애니메이션의 흥행 선례가 없다고 미리 겁을 먹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극장 관계자들을 설득하고자 채 실장은 만년 총각 시절을 ‘아웃’하겠다고 몇달 전부터 만난 상대와 근사한 연휴를 보내는 걸 기약없이 미루었고, 극장 출신으로 좀더 역동적인 일을 해보고자 청어람의 일원이 되기를 자처했던 양 대리 역시 빠질 수 없는 술자리에 끼어 졸음을 참으면서 버텼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오죽했으면, 체력좋은 최 대표에게 집에서 일찍 들어오시라고 전화왔었다는 거짓말을 하기까지 했겠는가. 이젠 ‘비즈니스’라기보다 ‘전쟁’이라는 표현을 실감하게 되는 단계. 낮엔 강남과 강북을 오가며 비치된 광고인쇄물부터 관객동향까지 극장가의 상황을 수시로 체크해야 하고, 밤에는 차린 지 얼마 안 된 회사의 관리 업무까지 챙겨야 한다. 아직은 청어람의 1년 라인업을 확정하지 못해, 때론 ‘장타자’ 없는 배급사의 설움을 간혹 겪기도 하지만, 긴장팽팽한 야전막사의 하루야말로 도약을 위한 밑거름이라는 데는 다들 동의하는 눈치였다. 글 이영진 [email protected], 사진 오계옥 [email protected]▶ 미치겠다! 우린 1월1일 0시부터 달린다
▶ [00:00] <반지의 제왕> 개봉한 메가박스 앞
▶ [03:30] 쿠앤필름의 시나리오 작업실
▶ [09:00] <마리 이야기> 배급 준비하는 배급전문회사 청어람 사무실
▶ [11:00] 음악감독 이동준 작업실
▶ [12:40] <서프라이즈> 크랭크인 고사
▶ [14:00] <예스터데이> 프로덕션 디자이너 김석민 사무실
▶ [15:30] 서울극장 <나쁜 남자> 이벤트 홍보현장
▶ [17:50] KTB엔터테인먼트 사무실의 하성근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