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코모 코스타, <24 Plant>, n.5, 2011 ⓒGiacomo Costa
6월2일~8월10일 /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 02-580-1300 말로 자주 듣는 것보다 한번 눈으로 볼 때 오는 강력한 문화적 충격이 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며 제주도에서 단식 투쟁 중인 양윤모 영화평론가를 만나고 오는 길에 그런 감정을 느꼈다. 양윤모 평론가가 입원한 병실에는 강정마을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사진이 한쪽 벽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에메랄드색 물빛과 은빛 바위, 서울에선 절대 볼 수 없을 사진 속 핏빛 노을을 보고서야 비로소 인간이 이 땅에 무슨 짓을 하려 한다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마음에 와닿은 거다. 생각해보면 환경문제란 것이 늘 그렇게 가깝고도 멀다. 환경오염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누구든 표면적으로는 친환경적인 생활 방식과 입장을 옹호하고 지지한다. 하지만 당장 시야에 들어오지 않거나 자신의 문제로 다가오지 않을 때 환경문제는 삶의 우선순위에서 종종 밀려나게 된다. 이런 이중적인 잣대를 탓하려는 건 아니다. 오히려 환경문제에 대한 무심함을 자책할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환경문제를 삶으로 끌어오려는 노력을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3천만종의 생물들이 한데 어울려 사는 생명공동체 지구에서 하루에도 수십종씩 소멸해가는 생물들에 대한 미안함이고, 삼라만상의 생명친화감을 회복하기 위한 소량의 처방전이다.” 최연하 큐레이터가 밝히는 <현대사진의 향연: 지구상상전>의 기획 의도다. 이 전시에서는 닉 브랜트, 존 고토, 조이스 테네슨, 데이비드 마이셀 등 10명의 현대 사진작가들이 지구, 자연, 인간을 주제로 작업한 사진, 영상 작품 200여점을 선보인다.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어딘가로 걸어가는 닉 그랜트의 코끼리 사진을 보고 있으면 왠지 지금은 없는 과거의 한 장면을 보고 있는 것 같아 아련해진다. SF블록버스터영화의 스틸컷이라 해도 의심치 않을 지아코모 코스타의 미래도시 사진은 현실을 압도하는 존재감이 굉장하다. 카드뮴, 크롬, 비소에 오염되어가는 미국의 오언 강을 촬영한 데이비드 마이셀의 작품은 현실을 담담히 비추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이들의 환경 사진이 예술 작품으로서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면 ‘지구의 핵’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로이터> 사진기자들의 전시회 속 특별전은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서부터 2011년 후쿠시마로 이어지는 현실세계의 참혹한 모습에 경종을 울린다. 예술과 현실은 멀리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