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노미오와 줄리엣'은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사랑의 승리를 이루는 이야기입니다."
애니메이션 '노미오와 줄리엣'의 총제작자로 나선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뮤지션 엘튼 존(64)이 최근 연합뉴스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지난 14일 국내 개봉된 '노미오와 줄리엣'의 기획과 음악은 물론 제작까지 담당했다.
'노미오와 줄리엣'은 셰익스피어의 고전극 '로미오와 줄리엣'을 토대로 한 작품이다. 원작의 사랑이야기는 그대로 가되 주인공들을 사람대신 '놈'(땅속 요정을 모티브로 한 정원용 사기 인형)으로 바꾸었다.
몬태규와 캐플릿 씨의 정원에 사는 인형들은 빨간 모자를 쓰는 레드가(家)와 파란모자를 쓰는 블루가(家)로 나뉘어 대립한다.
어느 날 블루가의 상속자 '노미오'가 야밤에 복면인을 추적하다가 복면을 벗은 줄리엣의 모습을 보고 사랑에 빠진다.
둘의 사랑은 점점 익어가지만 노미오가 우발적으로 레드가의 행동대장 티볼트를 살해하면서 블루가와 레드가의 관계는 악화된다.
시대적 배경이 현대이고 인간들이 정원 인형으로 탈바꿈했지만, 원작의 얼개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고전인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게 어렵지는 않았을까.
"원작이 가진 클래식한 요소를 대중적인 이야기와 뒤섞었어요. '놈'은 조잡하고, 못생겼으며 옷도 엉망으로 입는 웃긴 존재들이죠. 이런 대중적인 요소들이 원작의 고급스러운 느낌과 상충한다고 생각했어요. 만약 고급스럽고, 대중적인 두 요소를 제대로 뒤섞는다면 매우 높은 수준의 아이러니가 나올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다행히 그렇게 할 수 있었죠."
이러한 제작진의 전략은 맞아들어갔다. '노미오와 줄리엣'은 오프닝은 다소 주춤했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으며 현재까지도 흥행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 박스오피스 집계사이트인 '박스오피스모조닷컴'에 따르면 이 영화는 17일 현재까지 1억7천435만달러(약 1천900억원)를 벌어들였다.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마침내 승리를 거두는 사랑이야기예요. 저는 그런 메시지를 좋아하고, 사람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이 영화가 성공을 거둔 가장 큰 이유일 테지요."
엘튼 존은 가수가 아닌 영화 일에 뛰어들었다. 애니메이션 '라이언 킹' 때처럼 영화음악에 관여한 적은 있지만 제작, 음악, 기획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에 관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본업이 아닌 제작일을 하는 것이어서 어렵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지난 수년간, 이 영화의 기획에 매달렸다"며 "매 순간을 즐겼다. 힘든 건 하나도 없었고, 팀워크는 훌륭했다"고 답변했다.
영화음악에 자신의 음악만 쓴 이유에 대해서는 "디즈니 스튜디오에서 아예 영화 전체를 내 노래로 채우자고 제안해왔다"며 "해본 적이 없는 일이지만 재밌을 것 같았다. 동료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5년 영화 제작자 데이비드 퍼니시와 동성 결혼한 엘튼 존은 지난해 대리모를 통해 아들을 얻었다.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데 어렵지 않으냐고 물어보니 이렇게 답했다.
"사실 아빠가 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하지만, 마음을 바꿨죠. 지금은 제 인생에서 아이가 너무너무 중요합니다. 아이는 저에게 영감을 줍니다.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게 전혀 어렵지 않아요."
그는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빌리 엘리어트의 시나리오를 쓴 리홀이 시나리오를 담당한다.
"평범한 영화는 아닐 거예요. 제 삶 자체가 평범하지는 않았잖아요. 계획된 대로 된 게 하나도 없어요. 제 삶은 대부분 우연에 의해 이끌려 왔어요. 사실 걸려온 전화 한 통으로 인생 전체가 바뀌기도 했어요. '라이언 킹'의 음악을 담당한 계기도 팀 라이스('라이언 킹'을 뮤지컬로 각색한 영국의 작가)의 전화 한통 때문이었죠."
그는 한국 문화의 위대함과 한국 사람들의 열정에 대해 익히 안다면서 한국을 방문하고 싶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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