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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신작 <웨이킹 라이프>(Waking Life)
2002-01-02

꿈속에 살고, 삶을 꿈꾸고

제작 앤 워커-맥베이, 토미 팔로타 외 감독·각본 리처드 린클레이터 출연 윌리 위긴스, 에단 호크, 줄리 델피 제작연도 2001년 상영시간 99분

“우리는 현실을 몽유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맑은 정신으로 꿈속을 소요하는 것일까?” 2001년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인 <웨이킹 라이프>는 이런 식의 난해하고 미묘한 물음표들로 엮인 애니메이션이다. <슬래커>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 <비포 선라이즈>를 만들어 한때 ‘X세대의 나팔수’로 불렸던 리처드 린클레이터 감독은, 옛 친구에게 전화를 걸 듯 <웨이킹 라이프>의 주연으로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의 윌리 위긴스를 불러내 교통사고를 당하게 했다. 코마에 빠졌는지 죽었는지 도무지 불분명한 위긴스는 둥실둥실 떠다니듯 걸음을 옮기며 줄리 델피, 에단 호크, 스티븐 소더버그를 비롯한 30여명의 인물과 더불어 존재의 의미, 정체성, 우주의 본성을 묻고 답한다.

MTV 채널을 켜듯 격의없이 사유를 풀어놓는 수더분한 철학자 린클레이터의 영화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웨이킹 라이프>에 범람하는 엄청난 분량의 말에 그러려니 할 터. 그러나 텍사스와 뉴욕에서 실제 배우들을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한 뒤 컴퓨터로 한 프레임씩 채색한 ‘로토스코핑’ 기법의 결과물은 누구든 한숨을 흘리게 할 만하다. 31명의 아티스트에게 캐릭터와 장면을 나누어 맡겨 각자의 화풍을 살려 그리게 한 감독의 연출은, 오일 파스텔풍의 신선한 색감과 미술관의 그림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비현실적 아름다움을 완성했다는 중평이다. 적어도 “변변한 내러티브도 없는 꿈에 대한 영화를 만드는 것이 바보짓이나 도박은 아닐까?”라는 린클레이터의 자문에 비평가들은 “용감하고 독창적인 시도”라는 따스한 격려로 답했다. 김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