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의 봄은 짧았다. 어느덧 해는 길어지고 무림인들은 불안감을 감출 수 없었다. 머잖아 사파무림의 총공세가 있으리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아닌게 아니라 하계무림대회에 나서는 사파무림의 진용은 화려했다. 신기현묘한 그들의 역용술, 둔갑술은 정파무림 고수들도 찬탄해 마지않은 것이었다. 하계대전이 사파의 독무대에서 벗어난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일이었다. 지난해 천부적인 무공을 타고난 소년 비천무가 그들과 맞서싸우다 적지 않은 내상을 입은 사건을 다들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대체 사파 고수들의 엄청난 공력에 맞설 묘수는 없는 것인가?
“저를 내보내 주십시오. 형님. 기필코 하계대전에 나가 정파무림의 기개를 만천하에 알리고 오겠습니다.” 우석세가의 밀실에서 흘러나오는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지난해 추계대전에 나가 희극대법을 응용한 주유검법으로 큰 공을 세웠던 우석세가의 기린아 상진이 아닌가. 우석공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니야. 아무래도 내공이 깊지 않아. 사파무림의 고수들에 비하면 아직 풋내기에 지나지 않아.’ 우석공이 입을 열었다. “정면승부는 어려울 게 뻔한데 무슨 비책이라도 있는 게냐?” 상진은 만면에 미소를 지어보였다. “당근이죠. 춘계대전에서 보셨잖습니까. 조폭파의 무공을. 그걸 응용하면 됩니다. 그간 형님과 제가 갈고 닦은 희극대법에 조폭파의 검술 마이무타를 섞으면 제아무리 내공이 높아도 꼼짝없이 당할 겁니다. 두고 보십시오. 하하하.” 우석공은 단번에 상진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그는 사년 전 조폭파 검술과 희극대법이 어우러져 이뤄낸 절정기공을 떠올렸다. ‘오홋,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지. 헌구리장(獻口理掌)과 무대포검(武隊暴劍)의 대가 불사파 강호, 그자처럼 하면 되는 거 아니겠어.’ 그렇다. 사년 전 강호는 말했다. “소가 저기 있지. 그럼 성큼성큼 다가가는 거야. 너 소냐. 나 강호야. 소뿔 딱 잡고 내리쳐. 소뿔 뿌라질 때까지. 소뿔 뿌라질 때까지. 사파무공의 달인 존슨, 거기 있지. 니 존슨, 나 강호. 이봐, 봐봐. 팔 올려서 막게 돼 있어. 그럼 팔 딱 잡아. 내리치는구야. 손목 뿌라질 때까지. 손목 뿌라질 때까지.” 정말 대단했다. “그래, 불사파처럼만 한다면 어느 사파무공도 두려울 게 없지. 상진아. 널 믿는다.”
드디어 하계대전, “그것은 한마디로 전쟁이었다.” 그때부터 무림의 사가들이 예측 못한 일이 벌어졌다. 상진은 성큼성큼 시연장으로 걸어나가 초식을 펼쳤다. 조폭파 검술과 희극대법이 어우러진 상진의 초식은 내공은 깊지 않으나 예리했고 뭐라 형언할 수 없는 변화의 묘가 있었다. “대체 저건 무엇이지? 내 무림에 나온 이래 저리 엉성한 초식은 처음 보네. 그런데 신기하지 않은가. 허술한 데도 혈도를 정확히 짚어내고 있잖은가.” 무림인들이 웅성거렸다. 아닌게 아니라 사파무림의 초절정고수들도 상진의 초식에 맥없이 나가떨어졌다. 누군가 말했다. “삼마이야. 삼마이.” 삼마이, 그렇다. 조폭파의 마이무타 초식 3번째 변화를 일컫는 삼마이(三魔理). 상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 삼마이야. 앞으로 날 삼마이검객이라 불러줘.” 그리고 흥에 겨워 노래를 불렀다. 자신의 십팔번인 <신라월야지곡>(新羅月夜之曲)이다. “아아, 신라의 밤이여. 불국사의 종소리 들려온다. 지나가는 나그네여. 걸음을 멈추어라.” 바야흐로 삼마이검객 상진이 정파무림의 새로운 강자로 등극한 순간이다.삼마이(三魔理)검객 상진
지난해 가을 주유검법으로 추계대전의 승자가 된 이래 희극대법의 진정한 후계자라는 평을 듣고 있다. 달건권법, 구라기공, 미혼향, 가오검법 등 무림의 온갖 잡스런 무공을 동원, 독특한 무술을 만들어냈다. 내년 하계대전에 광복절특사검을 시전할 예정이다.▶ 組暴派 武林制覇記 (조폭파 무림제패기)
▶ 제1장 춘계대전 - 조폭파, 마이무타를 완성하다
▶ 제2장 하계대전- 삼마이검객, 신라월야지곡을 부르다
▶ 제3장 추계대전- 조폭여걸, 사자후로 무림을 뒤흔들다
▶ 제4장 2차 추계대전- 달건오인방, 소림사 습격사건
▶ 결
(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