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집에> 1, 2편의 감독으로 널리 알려진 크리스 콜럼버스(43)는 <그렘린>(1984), <구니스>(1985), <피라미드의 공포>(1985) 등 판타지 성격이 강한 영화들의 시나리오 작가로 영화계 경력을 시작했다. 1990년 <나홀로 집에>의 대성공 이후로는 <미세스 다웃파이어>(1993), <스텝맘>(1998), <바이센테니얼 맨>(1999) 등 80년대 자신이 시나리오를 썼던 영화와 다른 방향으로 행보를 거듭했지만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로 젊은 시절의 영화감각을 되찾았다는 평을 듣게 됐다.
어떻게 <해리 포터…>의 감독을 맡게 됐나.수많은 감독들이 <해리 포터…>의 연출자가 되겠다고 오디션을 보고 인터뷰를 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난 이 영화를 하고 싶었고 내가 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가능한 모든 수단방법을 동원할 준비가 돼 있었다. 만약 감독을 맡는 조건으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라고 했다면 안 되는 춤과 노래지만 그렇게 했을 것이다.
처음 원작을 봤을때 느낌은.딸 엘레노어가 내게 읽어보라고 권했다. 처음엔 그냥 심심풀이로 읽기 시작했고 영화로 만들겠다는 욕심도 없었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나자, 세상에, 반드시 영화로 만들어야 한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에이전트에 전화를 걸어서 판권을 수소문했다. 에이전트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판권을 갖고 있다고 알려줬고 난 끝이구나 했다. 스필버그는 절대 다른 사람이 연출하도록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몇달 동안 잊고 지내다가 에이전트가 다시 전화를 했다. 스필버그가 손을 뗐다는 소식이었다. 반드시 내가 연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감독을 뽑기 위한 오디션에 갔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8명에서 15명쯤 되는 감독이 그 자리에 나왔다. 그들에게 내가 얼마나 원작에 감동했는지 말해야 했다.
이 영화에서 당신의 목표는 무엇이었나.내 목표는 원작에 표현된 걸 스크린에 제대로 번역해놓는 것이었다. 주어진 재료로 최대의 효과를 내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가능한 한 원작에 충실하는 것밖에 없다고 여겼다. 절대 1, 2권을 묶거나 3권까지 뒤섞어서 만들지 말자, 각권이 각자 다른 작품이니까. 절대 3권의 등장인물을 1권에 끼워넣지 말자, 그리고 등장인물은 모두 영국 배우로 캐스팅하자. 난 이런 것이 이번 영화작업에 필수적이며 영화를 정직하게 만드는 방법이라고 느꼈다. 원작의 핵심적인 요소를 바꾸는 것은 영화를 망치는 길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가능한 원작자 조앤 K. 롤링과 함께 일하고 그녀가 봤던 세계를 이해하려 했다. 롤링은 그리핀도르 기숙사의 문양 색채까지 알고 있었으니까. 롤링에게 등장인물에 대해 물어보면 그녀는 캐릭터의 기원까지 설명해주는 식이었다.
주연배우 대니얼 래드클리프에 대해 말한다면.처음 대니얼을 만났을 때, 난 그 아이가 11살이라고 생각했지만 그아이는 자기가 35년이나 40년쯤 산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는 11살된 아이로는 드물게 똑똑했다. 그 아이가 명민하고 매력적이며 실제로 굉장히 좋은 성격의 아이라는 것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것은 해리가 가져야 할 모든 것을 느끼게 했다. 더 깊이 들어가면, 해리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장점들을 갖고 있다. 그건 그 사람의 눈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것이다.
주연들을 캐스팅하는 작업은 어려웠나.해리가 가장 힘들었다. 우리는 수백명의 아이들을 만났다. 핵심은 해리에게 존재하는 깊이와 매력을 가진 아이를 찾는 것이었다. <해리 포터…>는 어두운 이야기이다. 소년은 수년간 이모와 이모부에 의해 계단 밑 골방에 감금되고 학대받으며 살아남았다.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알지 못한 채 부모가 자동차사고로 죽었다고 믿고 살았다. 그러니까 흔히 볼 수 있는 곱게 자란 11살난 소년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 경험이 만들어준 어떤 성숙함을 가진 소년이라야 한다는 게 어려운 점이었다. 가 제작한 <데이비드 카퍼필드>에서 대니얼 래드클리프를 처음 봤을 때 난 그에게 끌렸다. 즉각 그가 완벽한 해리라는 걸 알았다.
촬영은 어땠나.어떤 면에서 내가 그간 해온 작업보다 복잡하고 어려웠지만 다른 측면에선 최고로 즐거운 작업이었다. 이런 원작을 영화화할 때, 이런 배우들과 일할 때 연출자인 게 뿌듯하지 않을 수 없다. 몇 가지 이유로 80년대 내가 만든 영화들의 감각을 잊고 있었다. 사람들은 내가 말랑말랑해졌다고 말한다. “저 친구가 한 것 중에 최근에 잘한 건 <그렘린>뿐이었지”라는 식으로. 하지만 사실 난 언제나 적절한 소재를 찾아내는 게 문제라고 생각해왔다. 내겐 <그렘린>류의 영화로 돌아가는 게 중요했다. <해리 포터…>에 열정적으로 매달린 것도 그래서다.
<해리 포터…> 2번째 영화가 벌써 제작에 들어갔다던데.맞다. 이런 영화를 계속 할 수 있다는 것은 영광이다. 내가 지금까지 해온 작업 가운데 최고이고 할 수 있다면 계속 속편 연출을 하고 싶다. 내가 됐든 다른 누군가이든, 앞으로 몇년간 똑같은 출연진으로, 그들이 실제로 나이먹는 것과 같은 속도로 영화를 찍는 데는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그런 영화는 본 적이 없다. <스타워즈>나 <인디아나 존스>는 주연이 성인들이라 속편을 할 때도 배우들에게 눈에 띄는 변화가 별로 없었다. 비록 4번째 <인디아나 존스>에선 해리슨 포드의 변화를 발견할 수 있겠지만.
무엇이 <해리 포터…>를 특별하게 만들었나.롤링의 상상력이라는 점에서 보자. 영화를 연출하면서 난 모든 장면에 약간의 마술이 들어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냥 한 신 안에 있는 두 배우의 연기가 아니라 마법과 상상력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고 선명한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것이다. 당신이 해리라면, 11살이 되는 날 호그와트 마법학교 입학 통지를 받는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자신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걸 발견하는 건 두려움을 정복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도록 도와줄 것이다. 그것은 모든 아이들의 꿈이다.(방송용 인터뷰와 <스타더스트> 인터뷰를 정리한 것임.) 정리 남동철 [email protected]▶ 김혜리의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꼼꼼히 뜯어보기
▶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의 배우들
▶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마케팅
▶ 감독 크리스 콜럼버스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