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요 베트남>/ 베트남전 진실위원회 발매
참 야릇한(?) 제목을 달고 있는 음반이 아닐 수 없다. 앨범명만 본다면 좀처럼 그 내용과 정체를 파악하기 힘든 이 특별한 작품집은 그만큼 각별한 의미와 의의, 그리고 음악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앨범은 ‘베트남전 진실위원회’가 진행해온 작업의 결과물이다. 지난해 1월 13개 시민사회단체에 의해 구성된 베트남전 진실위원회는 아직도 각기 다른 해석과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베트남전의 올바른 재평가와 역사적 청산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자 구성되었다고 한다.
지난해 7월 숭실대에서는 베트남과 함께하는 평화문화제 <사이공, 그날의 노래>가 개최됐다. 역시 베트남전 진실위원회가 열었는데, 그 참담한 전쟁으로 인한 양국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자리에는 이 단체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베트남으로부터 날아오기도 했다고 한다. 결국 이러한 모든 내용들이 더욱 구체화하고 승화되어 그 결과물인 ‘베트남전 진혼 앨범’ 성격의 이 <미안해요 베트남>이 탄생한 것이다.
얼핏 재킷 디자인만 본다면 피아노 연주집이나 뉴에이지 음반 혹은 영화음악 사운드트랙으로도 착각할 만한 이 앨범은 부클릿이 영어와 한국어, 베트남어의 세 나라글로 만들어졌다. 주요한 곡의 가사나 내용 등도 역시 같은 방법으로 소개되어 있다. 베트남과 세계인권, 평화 관련 단체 그리고 국내에서 함께 판매될 예정인데 음반 수익금은 베트남 현지 평화역사관 건립을 위한 100,000인 벽돌쌓기운동에 쓰여진다고 밝히고 있다.
베트남 헌정곡 역할을 하는 <미안해요 베트남>이 대표곡인데, 이 앨범의 총감독을 맡은 순천대 교수인 박치음씨가 작사, 작곡을 했다. 순수한 감동이 돋보이는, 정서적인 면에 충실한 곡이다. 그외에 이지상이 <베트남에서 온 편지>, 그리고 작곡가이자 피아노 연주자, MC 등으로 활약하는 노영심이 그 특유의 그림 같은 화면적 선율의 피아노 연주곡 <모퉁이에서>를 제공했고, 이제는 인디밴드 멤버를 벗어나 영화음악가이자 국립무용단 음악감독 등의 일을 하고 있는 신진 크로스오버 음악인 원일이 피리가 중심이 되는 새로운 국악풍의 곡 <눈물꽃>을 담당했다.
거기에다가 원일이 멤버로 활동했던 아방가르드한 인디밴드 어어부프로젝트(영화 <반칙왕>의 주제가 <사각의 진혹곡>으로 유명한)는 그 특유의 그로테스크하고 시니컬한 매력을 십분 발휘하여 마치 전쟁(?!)과도 같은 느낌을 전하는 <으깨진 감자>로 귀를 곤두서게 한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에스닉 사운드 열풍에 발맞춘 멋진 타악그룹 공명(이들은 라이브로 보는 것이 훨씬 감동적이다)의 <전쟁과 평화 1, 2부>는 정말 앨범의 질과 가치를 배가시킨다.
어떻게 보면 이 앨범은 난해한 음악들만 모은, 퍽이나 비상업적인 앨범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국내에서 어느 정도 배급될지는 모르나 그 음악성과 의의에 대한 해외의 평가가 더 후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우리집은 베트남과 전혀 상관없어!”하고 관심을 끊는 분들이 아니라면 의의를 위해 구입했든 강매를 당했든 휙- 하고 던져버릴 앨범은 절대 아니란 말을 하고 싶다. 다만 약간 성급하게 제작된 듯한 전체적 질이 옥에 티로 남는 아쉬움만 뺀다면 말이다.(CD구입 및 후원문의: 베트남전 진실위원회 02-3675-5808∼10)
성우진/ 대중음악평론가 [email protected]